장기펀드 최대 147% 고수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긴 안목으로 투자해 뛰어난 성과를 올리는 펀드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이런 펀드들은 우량종목을 잘 골라 2~3년에 걸쳐 꾸준히 고수익을 내는 게 특징이다.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최장기 펀드로 꼽히는 템플턴투신운용의 '그로스 주식형 5호'는 1999년 1월 설정된 뒤 지난달 28일까지 1백47%의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가 640선에서 750선으로 18% 오르는 데 그쳤고, 은행 예금이자 역시 연 4%대로 떨어졌음을 감안할 때 이 펀드는 상당히 높은 수익률을 낸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디펜던스 주식형 1호'도 2001년 2월 처음 시판된 이후 지금까지 수익률이 1백20%를 넘었다.

장기투자펀드가 발붙이기 쉽지 않은 분위기에서 이들 펀드가 시장의 평균수익률을 크게 웃도는 성적을 내며 생명력을 유지했던 것은 특화된 종목선택.운용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 구재상 대표는 "거시경제 상황이나 증시 변수에 연연하지 않고 액정표시장치(LCD).인터넷주 등 가능성 있는 종목을 고르는데 주력하는 '바텀 업 어프로치'방식의 투자법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템플턴의 주식형 5호도 '바텀 업' 방식으로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 된 종목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장에선 이처럼 성공적인 장기 펀드들의 출현이 단기매매 위주의 투자문화에서 벗어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에선 펀드 운용사의 이력서.성적표와 같은 '트랙 레코드(track record)'를 투자자들에게 통상 3년치 정도는 제시해야 펀드를 팔 수 있다.

제로인 최상길 이사는 "주식시장은 3~4년에 한번씩 큰 흐름이 바뀌므로 3년 이상의 성과를 평가해야 펀드매니저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며 "그러나 펀드매니저들의 자리 이동이 심한데다 운용시스템마저 자주 바뀌면서 장기투자가 자리를 잡지 못해왔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