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北 ‘화성-15형’ 사진 조작 의심…별자리 위치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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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화성-15형 미사일 발사장면.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화성-15형 미사일 발사장면.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사진의 배경 부분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같은 위치에서 찍혔음에도 미사일 뒤 별자리 배경이 상이하다는 것이다.

5일(현지시간)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을 추적해온 우주 전문가 마르코 랑브루크(Marco Langbroek) 박사는 사진을 찍은 방향과 별자리가 불일치하는 경우를 발견했다고 미국 CNN 방송을 통해 전했다.

사진 촬영 방향은 미사일 엔진에서 나오는 연기 기둥의 형체 등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우선 랑브루크 박사는 북한이 공개한 사진들 가운데 두 장을 제시했다. 그는 “분명히 같은 방향에서 잡은 두 사진인데 배경은 완전히 다르다”며 “한 사진에는 남동쪽의 오리온자리가 있고, 다른 한 사진에서는 북서쪽의 안드로메다 자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같은 위치에서 찍은 사진의 배경에 반대편의 별자리가 각각 배치돼 있다는 것이다.

랑브루크 박사가 트위터에 공개한 북한의 배경 조작 의혹 사진. 가스 분출 형태를 기준으로 같은 위치에서 촬영된 사진이다. 그런데 'Image1'(왼쪽) 미사일 사진의 배경에는 '오리온자리'가 배치돼 있고, 'Image2'(오른쪽) 배경에는 '안드로메다'(M31)가 배치돼 있다. 이 두 별자리는 각각 남동쪽, 북서쪽에 자리한다. 같은 위치에서는 찍힐 수 없다. [사진 @Marco_Langbroek]

랑브루크 박사가 트위터에 공개한 북한의 배경 조작 의혹 사진. 가스 분출 형태를 기준으로 같은 위치에서 촬영된 사진이다. 그런데 'Image1'(왼쪽) 미사일 사진의 배경에는 '오리온자리'가 배치돼 있고, 'Image2'(오른쪽) 배경에는 '안드로메다'(M31)가 배치돼 있다. 이 두 별자리는 각각 남동쪽, 북서쪽에 자리한다. 같은 위치에서는 찍힐 수 없다. [사진 @Marco_Langbroek]

랑브루크 박사가 CNN에 제시한 사진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Marco_Langbroek)에도 게재했다. 실제 사진을 보면 ‘image1’(왼쪽)에서는 ‘오리온자리’가 선명하게 보인다. 반면 ‘image2’(오른쪽)는 ‘안드로메다’(M31)가 보인다. 이 두 별자리는 각각 다른 방향에 위치해 있다.

그는 또 다른 사진도 공개했다. 랑부르크 박사는 “반대편에서 찍힌 이들 사진 두 장의 별자리 이미지는 (같은 방향에서 잡을 수 있는) 남(south)-남서(Southeast)쪽의 오리온자리와 큰개자리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큰개자리를 배경으로 한 사진의 경우 ‘시리우스’(Sirius)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image1'(위)은 남동쪽에서 찍은 사진. 'image2'(아래)는 '남'쪽에서 찍은 사진. 각각의 위치에서 잡힐 수 있는 '오리온자리'와 '큰개자리'가 포착됐지만, 큰개자리(CANIS MAJOR)에 포함돼 있어야 할 '시리우스'(sirius)가 누락돼 있다고 랑브루크 박사가 지적했다. [사진 @Marco_Langbroek]

'image1'(위)은 남동쪽에서 찍은 사진. 'image2'(아래)는 '남'쪽에서 찍은 사진. 각각의 위치에서 잡힐 수 있는 '오리온자리'와 '큰개자리'가 포착됐지만, 큰개자리(CANIS MAJOR)에 포함돼 있어야 할 '시리우스'(sirius)가 누락돼 있다고 랑브루크 박사가 지적했다. [사진 @Marco_Langbroek]

랑부르크 박사는 배경에 대한 조작 의혹을 제기했을 뿐 ‘화성-15형’은 예외로 뒀다. 그는 “모든 사진에 손을 댄 것 같지는 않았다”며 북한이 배경사진에 손을 댄 것은 “별이 있는 배경으로 북한의 미사일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별빛 없이 칠흑같이 어두운 배경으로는 연출할 수 없는 천상의 느낌을 더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의혹에 미국 미사일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Jeffrey Lewis)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연구원은 “‘포렌식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해당 사진을 밝게 만드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다만 “미사일 자체의 사진은 바뀌었다는 증거가 없는 만큼, 별을 배경으로 더 멋있게 보이기 위한 미적 효과 차원에서 손을 댄 것 같다”고 의견을 보탰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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