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취재일기] 준비 안된 '교사 평준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서울시교육청 공정택 교육감이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지역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한다. 배석했던 공무원들도 깜짝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학교 평준화는 30여년간 이어져 왔다. 하지만 평준화는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보다 폐해가 더 많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한데 공 교육감은 교사까지 평준화하겠다고 말했다.

공 교육감은 "'잘나가는 교사'가 강남에 많은 건 사실"이라며 "그들을 기피 지역 학교에도 준(準)강제적으로 순환보직시키겠다"고 설명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잘나가는 스타 교사'의 정의를 내렸다. 교육방송(EBS)에 출연하거나, 참고서 5권 이상의 왕성한 저술 활동을 보이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교사다. 반면에 '기피 학교'는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뒤떨어져 누구나 배정되면 전학 가고 싶은 학교들이라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지역까지 언급했다. 금천.구로.강서.성북구다. 그래서 강남 등에 있는 스타 교사를 기피학교로 보내 학교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교사들의 반발을 막기 위해 당근(가산점.해외연수.포상)도 마련했다.

공 교육감은 최소한 두 가지 점에선 솔직해 보인다.

우선 서울에서 지역 간 학력 격차가 메우기 힘들 정도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또 교사 간 수준 차가 존재하고 우수 교사들이 특정 지역에 몰려 조치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받아들였다. 그동안 교육청은 이런 현실을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듯 쉬쉬해 왔다.

하지만 공 교육감의 계획은 시작부터 삐꺽거린다. 시교육청 간부들은 "준강제적 배정은 아니고 초빙교원제를 하겠다는 뜻이다" "기존 인사 원칙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대로 하면 혼란이 생긴다"며 진화에 나섰다.

실효성은 더 의문이다. 교육 격차를 피부로 느끼는 고교의 경우 70%가 사립이다. 교사들을 전출시킬 현실적인 방안이 없다. 강남에 사는 한 학부모는 "우수 교사를 다른 곳에 전배시키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이라고 역차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교육 격차를 메우려는 시도는 권장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정책이라면 '말장난'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이원진 사회부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