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조폭 마누라2' 극장가 다시 평정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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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백만명 더하기 5백만명은 얼마가 될까.

2001년 5백30만명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흥행 4위에 올랐던 '조폭 마누라'와 지난해 추석 연휴를 휩쓸며 전국 관객 5백만명을 웃긴 '가문의 영광'의 정흥순 감독. 이들이 뭉친 '조폭 마누라2-돌아온 전설'이 5일 개봉된다.

국내 여배우로서 최고 액수의 출연료(4억원+러닝 개런티)를 받은 신은경이 머리를 다쳐 기억을 잃은 가위파 두목 차은진으로 다시 출연해 몸을 던지는 액션을 선사한다. '다시 평정한다'는 도전적인 포스터 문구처럼 과연 9월 극장가에 '절대 강자'로 군림할 수 있을지 관심 거리다.

2편은 1편보다 한결 아기자기해졌다. 억지스러운 상황 전개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저속한 유머도 줄었다. 정흥순 감독은 추석 연휴라는 시기에 걸맞게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영화가 되도록 신경을 많이 쓴 눈치다.

신은경도 터프함보다는 귀여운 면모를 더 많이 부각시킨다. 액션이 빈약한 건 아니지만 이러한 드라마 위주의 선택은 속편 하면 으레 더 많고 화려한 액션이나 더 요란한 코미디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는 불만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조폭 마누라2'가 1편보다 낫다는 평을 받는다면 '은진이 기억을 잃는다'라는 영리한 설정 덕분일 가능성이 크다. 속편의 '기득권'을 최대한 누리려는 의도가 비교적 잘 먹힌 것이다. 1편을 기억하는 관객에게 기억상실증에 걸린 은진의 일거수 일투족은 바로 웃음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집 주인 재철(박준규)에게 발견돼 배달원으로 새 인생을 살게된 은진. 야채를 가위날 모양으로 썰고 손님의 자장면 면발을 가위로 잘라주는 등 뭔가 자신의 행동이 이상하긴 하지만 과거의 기억은 떠오를 듯 하면서 잡히지 않는다.

전기 쇼크.최면술.뱀 등을 동원해도 백약이 무효. 어느 날 백상어(장세진) 일당이 은진을 발견하면서 평범한 '철가방'은 다시 가위파의 보스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은진의 새 인생과 기억 찾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 탓에 정작 가장 볼 만한 장면인 백상어파와의 대결은 서둘러 끝낸 감이 든다. 적어도 영화의 중반까지는 영리한 아이디어만큼 연출이 따라주지 못한 것 같다. 삼합회 두목으로 홍콩 액션 스타 장쯔이가 얼굴을 내민다. 15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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