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ㆍ최경환’ 기묘한 운명, 쌍둥이 대표→하루 차 포토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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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헌(5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4일 오후 2시 검찰에 출석(2차 소환)했다. 전 전 수석은 조사실로 들어가기에 앞서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저와 상관없는 일이고 모르는 일"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최경환(62) 자유한국당 의원은 그가 공언한대로라면 5일 오전 10시 검찰에 나온다. 그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동대구역에서 할복자살 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야 유력 정치인이 하루 시차를 두고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 포토라인에 서게 됐다. 둘 다 피의자 신분이다.

롯데홈쇼핑·GS홈쇼핑 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홈쇼핑·GS홈쇼핑 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전 전 수석과 최 의원은 비슷한 면이 많다. 우선 같은 날(2013년 5월 15일) 소속 당 원내대표가 됐다. 그래서 당시 정치권에선 ‘쌍둥이 원내대표’라고 불렸다. 이는 당시 여야 원내대표 첫 회동(2013년 5월19일) 때도 회자가 됐다.

전병헌 재소환, 최경환 5일 출석 # 같은 날 당선된 ‘쌍둥이 원내대표’ # ‘전’ 소환 때 ‘최’는 압수수색 # 둘 다 정치 상황 비슷, 고립무원

전병헌=“제가 4시간 먼저 탄생했지만, 여당인 최경환 대표님이 먼저 말씀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최경환=“이렇게 양보와 타협이 됐으면 합니다. 전병헌 대표님은 아주 합리적이신 분이십니다.”

이후 둘은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국정조사’을 놓고 힘겨루기 끝에 합의를 하는 등 1년간 여러 현안을 두고 협상의 전면에 섰다. 전 전 수석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왔고, 최 의원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2014년 5월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둘은 3년 반만에 같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4시간 먼저’ 원내대표가 됐던 전 전 수석은 검찰 조사도 먼저 받았다. 지난 20일 1차 소환됐는데, 공교롭게도 검찰은 그날 최 의원 집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나섰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여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쪽을 선택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여야 중진 정치인인 이들을 한 명만 수사하게 되면 ‘정치 탄압’이란 반발을 살 수 있어 둘을 비슷한 시기에 같이 수사하게 된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지난 2014년 4월 최경환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전병헌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정원 댓글 의혹과 관련한 국정조사 협의 등을 위한 회동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014년 4월 최경환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전병헌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정원 댓글 의혹과 관련한 국정조사 협의 등을 위한 회동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수사 상황에서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최 의원은 원내대표를 마친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으로 영전했는데, 이 시기(2014년10월)에 국정원이 1억원을 건넸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전 전 수석도 원내대표 이후 20대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첫 정무수석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검찰은 전 전 수석이 이 시기(지난 7월)에 기재부에 압력을 가해 한국e스포츠협회에 예산 20억원을 배정하도록 힘을 쓴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다. 그는 롯데홈쇼핑·GS홈쇼핑 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의혹 등도 함께 받고 있다.

이들이 처한 정치 상황도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에선 전 전 수석을 도우려는 '공개 구명' 목소리가 거의 없다. 그가 소환 통보를 받았을 때도 청와대와 여당 안에선 정무수석을 사퇴해야 한다는 기류가 더 강했다고 한다.
최 의원도 마찬가지다. 최 의원은 “특검을 만들면 수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홍준표(62)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친박을 방어해 주는 특검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둘 다 소속 당의 지원없이 검찰과 싸워야 하는 형국이다.

원내대표 시절인 2014년 최경환 의원과 젼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회동을 마친 후 사무실에서 나서고 있다. [뉴스1]

원내대표 시절인 2014년 최경환 의원과 젼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회동을 마친 후 사무실에서 나서고 있다. [뉴스1]

이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번 주가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로서도 여야 유력 정치인의 연이은 소환은 부담이다. 검찰 관계자는 “가능한 신속하게 사건을 정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 전 수석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이미 한 차례 기각됐다. 검찰은 영장 재청구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지만, 영장이 또 기각된다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최 의원 역시 검찰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는 ‘친박’ 그룹의 실세이라는 점에서 수사가 벽에 부딪힐 경우 검찰은 야당발 비판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현일훈ㆍ박사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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