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고등학생 집에 오는데…" 과외선생 옷차림 지적한 학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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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과외 강사가 자신이 가르치는 과외 학생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다 과외를 그만두게 된 일화를 전했다. 이 강사는 "저 학부모 때문에 다른 학생 과외 다 합친 것보다 더 스트레스받았었다"고 전했다.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과외 학생 부모랑 싸우고 과외 끝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네티즌 A씨와 A씨가 가르쳤던 학생의 아버지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 일부가 담겨 있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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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버지는 "항상 선생님께 고맙게 생각한다"고 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성적"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A씨는 "성적은 학생이 하는 만큼 더 오를 것"이라고 답했다.

아버지는 "선생님. 뉘앙스가 오묘하네"라면서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가 아니라 과외를 시키는 거면 그런 부모 마음과 기대치를 선생님도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고 다시 말했다.

A씨는 "아버님 기대치가 어느 정도인지 듣고 당장 1등급은 무리라고 몇 번 말했었다. 지금 이 정도면 성적이 빨리 많이 오른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 과외 학생 아버지는 "무슨 말인지 알겠다. 나는 그냥 선생님께 '네. 더 열심히 가르치겠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거지.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다"라면서 "돈이 오가는 거니 과외도 사회생활의 일종이다. 나는 일종의 클라이언트인 거고 선생님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라 더 신경 써주면 고맙다는 의미였는데 이렇게 예민하게 말하니 기분이 좀 그렇다"고 했다.

A씨는 "충분히 열심히 가르치고 있으니 막연하게 '성적이 모자라다' 이런 말씀은 자제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그러자 이 아버지는 "글쎄요"라고 머뭇거리더니 "고등학교 남학생 집에 오는 옷차림이나 본인 일로 수업 취소하고 이런 거 정말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는지. 다른 걸 다 떠나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할만한 일인지 모르겠네"라고 반응했다.

A씨는 "학생 쪽에서 일방적으로 수업을 취소한 건 10번이 넘고 먼저 취소한 건 2번 정도다. 그마저도 미리 양해를 받았었다"라면서 "옷차림은 과하다 생각하지 않는다. 치마 입고갈 때마다 아버님이 성희롱하는 게 싫어서 단정한 옷차림을 입고 갔다"고 대답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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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버지는 "성희롱이라니. '치마가 짧다' 이런 게 무슨 성희롱이냐"고 했고, A씨는 "'다리가 하얗다' '승무원 다리인데 항공사에 취직해도 되겠다' 이런 게 성희롱이다. 아버님 때문에 학생이 대신 사과하기도 했다"고 했다.

대화 간극을 좁히지 못한 끝에 결국 A씨는 "이렇게 경우 없게 나오니 더는 (과외를) 못하겠다"면서 "성희롱한 거 사과하라"고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A씨는 "8개월 동안 과외로 수업받으면서 사흘에 한 번씩 메시지를 보내 성적 이야기를 했었다"면서 "학생이 계속해달라고 해서 했는데 더러워서 더는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본 네티즌은 "글쓴이가 예민한가 싶었는데 그동안 계속 카톡에 시달렸다고 하니 이해한다" "힘내" 등과 같은 댓글을 달았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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