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용기 자주 쓰면 비스페놀 노출 위험 1.5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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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병 자료사진. [중앙포토]

생수병 자료사진. [중앙포토]

일회용 저장 용기에 들어있는 식품을 자주 먹는 사람은 환경호르몬 '비스페놀A'(BPA) 농도가 높을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5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플라스틱과 에폭시, 레진 등의 원료 물질로 물병, 스포츠용품, 캔의 코팅제 등에 쓰이는 비스페놀A는 사람 몸에 들어가면 내분비 시스템을 교란한다.

이혜은 경희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성인 5402명을 대상으로 평소 식생활 습관과 소변 간 비스페놀A 농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연구팀은 일회용 용기에 담긴 냉동식품을 1주일에 1회 이상 먹는 그룹과 거의 먹지 않는 그룹으로 나눠 소변 중 BPA 농도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냉동식품을 자주 먹는 남성은 BPA농도가 상위 25% 이상 높을 위험이 자주 먹지 않는 남성의 1.48배에 달했다.

여성에서는 이런 상관성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가정에서 마시는 물이 용기에 담긴 생수인 경우 소변 중 BPA 농도가 높을 위험이 1.45배로 평가됐다.

연구팀은 냉동식품의 저장 용기와 생수병을 많이 사용할수록 BPA 노출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생산되는 BPA의 대부분(약96~98%)은 폴리카보네이트와 에폭시 수지의 주된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PCBPA협의회 공개정보 캡쳐=연합뉴스]

생산되는 BPA의 대부분(약96~98%)은 폴리카보네이트와 에폭시 수지의 주된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PCBPA협의회 공개정보 캡쳐=연합뉴스]

이에 대해 비스페놀A 제조업체 모임인 한국 PCBPA협의회는 현재 시중에서 구매하는 생수병이나 가정에서 물병으로 사용하는 게 대부분 페트(PET)병이어서 비스페놀A 노출과는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류명호 협의회 사무국장은 “현재 PET병에는 BPA가 전혀 사용되지 않고 있고, 냉동식품을 덮고 보관하는 용도의 지퍼백이나 비닐백도 BPA와는 관계가 없다”면서 “다만 4~5ℓ들이 커다란 물통은 BPA를 원료로 한 재질이지만, 열을 가하지 않는 상온에서는 BPA가 노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혜은 교수는 “최근 식품저장 용기에 BPA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비스프리' 제품이 많이 나오고, PET 원료에도 BPA가 포함되지 않은 점은 다행이다”면서“하지만 미리 주의를 기울이자는 '환경보건의 원칙(사전 주의원칙)과 환경 보호 차원에서 냉동식품과 생수 등에 일회용 저장 용기 사용은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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