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에 춤추는 주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박태욱 <경제부 기자>] 3일 하오 본사 편집국으로 수없이 전화가 걸려 왔다. 그 중의 하나.
『이란·이라크전쟁이 끝났다면서요.』- 사실무근입니다. 『미국정부에서 발표를 했다는데요.』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또 다른 전화.
『「호메이니」가 죽었다지요.』 - 잘못된 소문입니다. 『무슨 얘기예요. 일본 산경신문에 기사가 났다는데.』 - 그렇지 않으니 다시 잘 알아보십시오.
그런 루머성 전화가 빗발치는 가운데 3일 증시에서는 오전 하한가에 팔기도 힘들었던 건 설주들이 후장 들면서 상한가로 사기도 힘든 판국으로 돌변하고 있었다.
이란·이라크 종전이 사실이라면 주가를 움직이는 요인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아마도 공급과잉 상태인 국제원유수급 문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전후복구사업도 장기적으로 상당한 건설 수요를 몰고 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문제의 이란·이라크 종전 설은 적어도 주요 외신이나 신문에서는 한 줄도 비친 적이 없다.
일본의 한 신문사 부설 정보취급기관에서 미국의 한 고위 외교관이 『곧 종전될 것으로 확신한다』는 말을 했다고 전한 것이 전부다.
그런데 이 소문은 3일 반나절 이상 증시를 휩쓸면서 건설 주를 대부분 상한가로 끌어 올렸다. 다소의 근거가 없다 곤 할 수 없지만 그 정도 얘기는 이제까지도 수차 있어 왔다. 다르다면 이번 루머가 훨씬 그럴싸하게 포장되었고 그 포장을 보고 군침을 흘릴만한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는 것뿐이다.
자작루머에 과잉기대가 어우러진 희화적 장면이었다.
이 같은 과잉기대는 년 초부터 증시를 휩싸고 있다. 중공이나 동구권에 대한 교역확대도 같은 맥락이다. 증시루머대로라면 노태우 차기대통령은 중공에 몇 번은 다녀 왔어야했다. 관련 기업의 실무자들은 『아직 먼 얘기입니다』고 하는데 증시에서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쯤으로 뻥튀기며 관련 주식 값을 무작정 끌어올리고 있다. 주식투자가 성립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보 이론」으로 설명된다.
더 비싸게 치고 살 다른 바보가 있기 때문에 사도 된다는 것이고 최근 1년여의 장세가 이를 실증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는데, 글세 이젠 자신이 마지막 바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봐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