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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 된 유기견들 어쩌나 … “총기 사용해야” vs “중성화 수술 효과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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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북한산 탕춘대 능선에서 야생화된 유기견들이 무리 지어 다니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북한산 탕춘대 능선에서 야생화된 유기견들이 무리 지어 다니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북한산 등 야생에서 무리 지어 다니는 유기견에 대한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 불광동에 사는 진은희(46)씨는 “북한산에 오르려다 대낮에 대형견 4~5마리를 보니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아이가 함께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어 지금도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총포를 이용해 개체 수를 줄이자는 주장까지 나오자 서울시는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서울시 자치구가 포획한 야생 유기견은 2011년 2마리에서 지난해 115마리, 올해 1∼9월 102마리 등으로 증가 추세다.

서울시, 시민 위협에 대책마련 고심 #사살가능 ‘야생화된 동물’ 지정 요청 #동물단체 “유기율 감소 노력이 중요”

핵심 쟁점은 야생 유기견을 야생생물보호에관한법률에 따른 ‘야생화된 동물’로 인정할 것인지다. 현행법은 ‘야생 동물의 질병 감염이나 생물 다양성 감소 등 생태계 교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설치류와 조류를 잡아먹는 들고양이처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되면 포획 시 총포 사용이 가능해진다.

서울시는 지난 1월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야생화된 유기견들을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생태계 교란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유기견은 야생에 적응했더라도 동물보호법의 보호를 받는다. 죽이거나 학대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지자체도 마취총이나 포획틀을 이용해 생포해야 한다. 올가미나 덫 등 상해를 입힐만한 도구는 사용할 수 없다.

이운호 서울시 동물관리팀장은 “경계심 많은 개의 특성상 포획 틀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마취 총 역시 동시에 여러 마리를 조준 사격하기 어렵고, 수면에 들기까지의 30분 동안 이동을 해서 포획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혜란 카라(동물보호시민단체) 이사는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는 개들을 모조리 없애는 포획은 사실상 어렵다. 동물등록제를 통한 유기율 감소와 유기견의 번식을 막기 위한 중성화 수술이 가장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은평구 녹번동에서는 주민들이 함께 야생 유기견 ‘재반려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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