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아이스하키 '골드 드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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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열린 제20회 겨울올림픽 폐막식에서 종합 7위를 한 한국선수들이 익살스런 분장을 하고 입장하고 있다. 한국선수단은 28일 오후 4시15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토리노=연합뉴스]

토리노 겨울올림픽 폐막식을 앞두고 토리노의 26일 오후(현지시간)에는 단 한 경기 일정만 잡혀 있었다. 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전이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프로 스타들이 조국의 명예를 걸고 총출동하는 경기, 미국과 캐나다뿐 아니라 겨울 종목 강국들이 모조리 총력을 기울이는 경기가 바로 아이스하키다. 남자 아이스하키 입장권은 이번에도 개막 전에 이미 매진됐다. 결승전 입장료는 350유로(약 42만원)였고, 홈팀 이탈리아와 체코가 맞붙은 조별 예선 경기의 입장료는 740유로(약 90만원)로 가장 비쌌다. 토리노 시내 곳곳에는 암표상들이 뿌린 광고 전단지가 나돌았고, 암표 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인기다.

미국이 가장 우승하고 싶어하는 종목도 바로 아이스하키다.

대표선수 전원이 NHL 스타로 채워지지만 미국이 우승한 것은 홈인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1980년 대회가 마지막이다. 당시 결승에서 최강 러시아를 꺾고 우승한 감격이 너무 커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고, 지금도 '미국 스포츠 사상 가장 극적인 경기'로 꼽히고 있다.

이번 대회 남자 아이스하키는 이변의 연속이었다. 첫 경기에서 미국이 약체 라트비아와 3-3으로 비길 때부터 조짐이 이상했다. 라트비아에는 NHL 출신이 2명뿐이다. 1승1무3패로 8강 토너먼트에 턱걸이한 미국은 결국 8강에서 핀란드에 3-4로 졌다.

세계 랭킹 1위 캐나다도 미국보다 나을 게 없었다. 조별 예선에서 핀란드와 스위스에 각각 0-2의 수모를 당하더니 8강전에서 또 러시아에 영패(0-2)를 당했다. 캐나다 선수는 2002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최우수선수(MVP) 조 사킥(콜로라도)을 비롯해 NHL 올스타 멤버로 꾸려졌다. 2002 대회 감독이었던 '아이스하키의 전설' 웨인 그레츠키는 대표임원 자격으로 대회 2연패와 통산 8회 우승에 도전했으나 결과는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캐나다는 8강 탈락 후유증을 크게 앓고 있다. 언론은 '스탠리 컵(NHL 우승)이 국가의 명예보다 우선이었다'는 기사와 칼럼으로 맹비난했다. 러시아와 체코의 부진도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캐나다-체코-미국-러시아, 이 팀들을 모두 꺾은 것이 바로 핀란드(랭킹 5위)였다. 핀란드는 조별 예선부터 준결승까지 이들을 차례로 꺾으며 7전 전승으로 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최후의 승자는 스웨덴이었다. 랭킹 2위인 스웨덴은 핀란드를 3-2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스웨덴이 우승한 것도 94년 릴레함메르 대회 이후 12년 만이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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