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만 해도 "돈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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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여고생 이모(17)양은 지난달 이동통신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가요 한 곡을 단말기로 내려받았다. 당시 이양은 음악파일 내려받기를 수차례나 시도한 끝에야 겨우 성공했다. 그런데 얼마 전 요금고지서를 보곤 깜짝 놀랐다. 내려받기를 시도할 때 중간에 끊겨 여러 차례 실패했는데도 그때마다 요금이 부과된 것이다. 이통사에 항의했지만 내려받기를 접속만 해도 요금이 나온다는 약관을 들이밀며 요금을 줄여 주지 않았다. 주부 김모(39)씨는 최근 중학생인 아들의 휴대전화 요금고지서에 데이터 통신료와 정보이용료가 붙은 것을 발견했다. 아들에게 물어보니, 행사 이벤트 문자메시지가 올 때마다 '확인' 버튼을 눌러 무선 홈페이지에 들어간 뒤 바로 나왔다고 했다. 통신 업체에 항의했더니 홈페이지에 연결만 돼도 데이터통신료를 무는 데다 아들이 '무료 게임 이용권 당첨' 메시지를 받고 해당 사이트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업체는 또 이용자가 가입을 해지하지 않으면 해당 게임사이트에선 유료회원으로 보고 정보이용료(월 4000원)를 부과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통신 업체의 '내 맘대로' 서비스로 소비자만 억울한 피해를 보고 있다. 휴대전화 가입자만 해도 3800여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않았는데도 돈을 내고, 쓰지도 않은 요금이 청구되는 일이 많다.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이나 통신 업체의 횡포 때문이다. 정보통신부 산하 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이곳에서 처리된 통신 민원은 3만8774건으로 2004년(2만6605건)보다 45.7%나 늘었다. 소비자의 불만이 가장 많은 서비스는 이동통신이다. 통신위가 처리한 이동통신 민원은 지난해 1만5455건으로 2004년(7968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무선 인터넷에서 분쟁이 많다.

지난해 무선 인터넷 요금 등 이동통신 서비스에 불만을 갖고 소비자보호원에 상담한 사례가 1만6441건(2004년 9610건)에 이른다. 소보원 최은실 정보통신팀장은 "요즘 무선 데이터 관련 상담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휴대전화 이용자가 음악파일 등 무선 콘텐트를 이용할 때 연결이 끊겨 서비스를 받지 못해도 통신료를 내야 하는 문제는 심각하다. 또 무선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메뉴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닐 때는 물론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연결만 해도 무조건 최소 130원을 내야 한다. 실수로 단말기의 인터넷 연결 버튼을 잘못 누르거나, 스팸 메일에 확인 버튼을 눌러도 홈페이지에 접속된다. 모바일사용자연합 박정석 사무국장은 "서점에서 책을 고르다 사지 않았을 때도 돈을 내느냐"고 반문한 뒤 "원하는 콘텐트를 최종적으로 내려받지 못하면 서비스를 받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신 업계는 "고객이 무선 인터넷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통신비용이 발생해 어쩔 수 없다"며 "더구나 내려받기 중단 원인이 회사 책임인지 고객 탓인지 가려내기 힘들기 때문에 요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국장은 "유럽(GSM 방식)에선 무선 콘텐트 내려받기가 확인돼야 요금이 부과된다"며 "적어도 초기화면 정도는 무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무선 데이터통신=휴대전화로 홈페이지에 들어갈 때 이용하는 통신시스템. 요금 기준은 접속한 뒤부터 연결을 끊을 때까지 데이터 용량. 한번 전송되는 데이터묶음 '패킷'당 1.5 ~ 6.5원. 보통 초기화면 20 ~ 30 패킷(130 ~ 195원).

이원호.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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