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틴틴정치] 역대 대통령들 연설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여권 내 '연설의 달인'들이 모였다. 오른쪽부터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조배숙 최고위원, 노무현 대통령, 김두관·김근태·김혁규 최고위원 등이다. 노 대통령은 대중 연설에서 '극적 반전의 카타르시스'를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은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27일 청와대 만찬회동을 위해 식당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안성식 기자

역대 대통령의 연설은 어땠을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알아주는 연설가였습니다. 1964년 동료 의원에 대한 구속동의안 표결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에서 5시간19분 동안 쉬지 않고 연설한 것이 압권이죠. 한국 정당사상 최장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로 기록돼 있습니다.

그는 각종 현안에 대해 '첫째, 둘째…'식으로 논리적으로 접근한 뒤 마지막에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로 박수를 유도합니다. 강조할 대목에서 오른손을 들어 칼로 도마를 내려치는 듯한 '칼도마 손짓'이 곁들여집니다. 원래 꼼꼼한 그는 단 5분의 연설을 위해 며칠 동안 자료를 뒤지고 연설문을 다듬곤 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어린 시절부터 거제도 뒷산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연설 연습을 했대요. 대학에 입학해선 웅변부에 들어갔어요. 그 실력으로 서울대 철학과 2학년 때 정부 수립 기념 웅변대회에 참가, 2등으로 입상해 외무부장관상을 받습니다. 이걸 계기로 당시 장택상 외무부 장관과 인연을 맺어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했죠. 그는 문장을 짧게 끊는 '단문형' 기법을 구사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쟁취해야 합니다" "이 김영삼을 밀어 주십시오"식이었죠. 그는 90년 3당 합당으로 여당에 들어간 뒤보다는 80년대 야당 총재일 때 더 연설에 힘이 있었습니다.

'보통 사람, 이 사람 믿어 주세요'로 유명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어조가 잔잔해 직접 대면하는 듯한 친근감을 줍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특유의 보스형 설득력과 유머감각이 연설에 묻어났다는 평을 받았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카랑카랑하고 강단 있는 목소리로 국민에 자신감을 심어줬어요. 그는 논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참모들이 써온 원고를 읽으면서 군더더기를 빼고 자신의 메시지를 강렬하게 집어넣으려 애썼죠. 발음을 분명히 하기 위해 입을 정확히 벌리려고 애썼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가영 기자<ideal@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