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권「한국 창구」는 동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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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동경=최철주 특파원】동경이 중공과 소련 등 동구권국가들의 한국연구를 위한 전진기지로 이용되고 있다. 소련과 중공의 관리 및 학자들이 동경에서 열리는 한국관계 심포지엄에 참석하는 횟수가 증가하고 많은 동구권 학자 및 무역관계자들이 한국관계자료를 수집·분석하며 관련기관에 최신자료를 요청하는 등 동구권국가들의 한국학 붐이 동경에서 일고있다.
중공의 경우 대학교수 및 국무원 또는 외무성 산하연구소의 연구원들이 동경에 있는 일본아시아경제연구소 등에서 한국정치·경제에 대해 활발히 연구하고있으며 때로는 주요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끌어왔다.
최근에는 아시아경제연구소 객원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한국경제정책을 분석해왔던 중공 길림대학 조선연구실 부 주임인 장세화교수가『남조선 경제개발전략과 발전계획』이라는 제목의 본격적인 한국연구서(중국어)를 펴냈다.
이 책은 특히 한국의 대외개방형 경제정책과 대일 무역역조 시정책 및 식량정책을 중점적으로 다루어 중공이 장차 개발계획에서 무엇을 모델로 할 것인가를 시사하는 역작이기도 하다.
장 교수 외에 동경대·경응대· 일교대·축파대 등에서 한국을 연구했거나 연구중인 중공학자들이 많으며 이들은 참고자료로 한국에서 발행되는 각종 도서·신문·잡지 등을 활용, 한국정세에 대해 소상히 파악하고 있다.
소련의 대아시아 정책결정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소련의 동방학연구소의「카피차」소강(전 외무차관)은 작년 일본에서 열린 한반도 문제 심포지엄에 참석한데 이어 한국계 소연 학자이면서 소련과학원 극동문제연구소의 책임자인「게오르규·김」이 비밀리에 동경을 방문하기도 했다. 소련의 무역관계 인사들과 주일 소련특파원들의 한국취재도 매우 활발하다.
동구권 국가들 중에서 특히 헝가리·폴란드 및 동독의 상공회의소 관계자들은 동경에 있는 KOTRA 무역관등에 한국 경제정책 및 사회·문화관계의 각종 자료를 보내달라는 요구가 최근에 급격히 늘어났으며 한국기업과의 직접거래를 위한 중개도 요청해 이를 응대할 관계자의 일손이 달릴 정도다.
폴란드와 일본의 합작무역회사인 아그로폴사가 서울에 무역사무소를 개설하기로 한 것도 KOTRA 동경 무역관의 중개에 의해 맺어진 것이다.
소련·중공·유고·체코 등과 무역관계에 있는 일본 종합상사, 또는 오퍼상들은 한국의 각 경제기관과 접촉, 대한 알선역할에 분주하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에 새 정부가 곧 들어서고 지난 몇 년 간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데다 올해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동구권과의 경제협력통로가 더욱 넓어지면서 두드러졌다.
중공은 한국과의 무역거래절차를 더욱 단순화하고 수입코스트를 낮추기 위해 직접거래를 할 수 있도록 동경의 한국관계기관에 알선을 요청하고 있다.
한편 동경에 주재하는 각 공산권 국가들의 경제관계자들은 한국관계 자료가 거의 일본인에 의해 일본어로 작성된 것이 너무 많은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동구권 언어로 된 자료배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주일 소련·중공 대사관을 비롯한 동구권 대사관들도 일본에서 매달 발행되는 각종 잡지· 논문 등 한국간행물을 구입하고 한국을 연구하는 일본인들과 접촉, 한국관계 정보수집을 전적으로 일본인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어쨌든 이들의 한국 연구붐은 우리의 대 동구권 연구보다 훨씬 더 깊고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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