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동성을 거둬라…긴축 먼저 시작한 미국과 유로존

중앙일보

입력

미국과 유로존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 들어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실시한 양적완화를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2009년 양적 완화 시작한 미국 #보유자산 4조5000억 달러까지 확대 #올 10월부터 보유자산 축소 들어가 #2015년 이후 2조 유로 자산 매입한 ECB #내년 1월부터 자산매입 구모 절반 줄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015년 이후 기준금리를 4차례 올린 데 이어 지난달부터 보유 자산 축소에 들어갔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채권 매입 규모를 줄여나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과도하게 푼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수순이다.

Fed는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보유자산 축소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국채 등을 매입해 4조5000억 달러까지 불어난 자산의 축소 일정을 발표한 뒤 10월부터 자산 매각 작업에 들어갔다.

Fed는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다시 매입하지 않는 방식을 선택했다. 시장에 주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점진적인 자산 축소를 선택한 것이다. 우선 10월부터 12월까지는 매달 100억 달러어치를 줄인 뒤 차츰 액수를 늘릴 계획이다. 국채에서 6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에서 40억 달러다. 내년 1월부터 10월까지는 3개월에 한 번씩 한도를 늘릴 계획이다.

일단은 보유자산 규모가 3조 달러 근처에 이르면 매각작업을 멈출 것으로 예상한다. Fed 2009년 양적 완화를 시작했다. 보유 자산은 금융위기 이전에는 1조 달러 수준이었다. 보유 자산을 매각하면 시중에 풀린 통화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긴축 효과가 있다. 사실상 장기 금리 상승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기준금리 인상은 2015년부터 시작됐다. Fed는 2015년 12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0.5%로 올렸다. 이어 1년 뒤인 2016년 12월 0.5~0.75%로 인상했다. 올해 들어서는 3월에 0.75~1.0%로, 6월에 1.0~1.25%로 두 차례 올려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졌다. 12월 열리는 FOMC에서 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제롬 파월 Fed 의장 지명자는 지난 28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이제는 기준금리를 정상화할 때”라며 “12월 금리 인상 여건이 뒷받침되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지명자는 “대차대조표 축소에 3~4년은 걸릴 것”이라며 “Fed 보유자산 4조5000억 달러 가운데 2조5000억~3조 달러가량 줄이는 게 적당하다”고 말했다.

금리 전망 점도표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은 내년에 3차례 2019년 2차례, 2020년 한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최종적으로 금리가 3% 안팎에서 안착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에 이어 유럽도 양적완화(QEㆍ Quantitative Easing) 출구로 향했다. ECB는 지난달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ECB는 자산매입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매달 600억 유로의 채권을 매입하고 있는데, 이를 내년 1월부터 9월까지 매월 300억 유로 규모로 줄일 예정이다. 향후 더 줄일지는 앞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통화정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이 아니라(not tapering) 규모를 줄이는 것(downsize)”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기중에 풀리는 돈이 줄어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ECB는 2015년 3월 1조1000억 유로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중에 돈이 풀렸다고 금세 경기가 살아나지는 않았다. ECB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밑돌자 자산매입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두 배로 늘렸다. 지금까지 2조 유로 규모의 채권을 샀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