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괜찮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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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증시가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가가 한달 새에 26%나 오르고 고객예탁금이 1조5천 억 원에 달하는 사태는 정상적인 증시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증권이 좋다하니 너도나도 몰려들어 온 나라가 증권열병을 앓고 있는 느낌이다.
도시의 샐러리맨이나 주부들은 말할 것 도 없고 농촌에서도 있는 돈, 없는 돈을 몽땅 끌어 주식에 달려들고 있다 한다.
우리 나라의 소득수준이나 금융자산 보유능력으로 보아 주식선호가 높아진다는 것은 필연적인 추세이기는 하다.
또 앞으로 있을 총선 과 자본시장 개방, 88올림픽, 또 소·중공과의 교역확대 전망 등으로 주가에 대해 낙관적인 요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호재들을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증시나 주가동향은 이상과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주가의 수직적 상승이 그렇고 거래량의 급격한 팽창이 그렇다. 증시가 정상적으로 발전 하려면 건전한 투자 층의 확산과 주식대중화가 바탕이 돼야 한다. 단기적 투기차익보다 배 당 등 장기적 수익을 겨냥한 투자가 주류를 이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증시동향을 보면 그야말로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풍조가 만연한 게 아닌가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주가는 오르기만 하는 것이며 주식에 투자만 하면 재미를 보는 것이다 하는 환상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단기적으로 보면 그런 환상을 하게끔 되어 있다.
작년 이후 주가는 계속 오르기만 했으며 증권투자를 한 사람은 많든 적든 재미를 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가지 엄연한 사실은 주가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듯이 급격한 주가상승은 급격한 하락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와 같이 기업의 수익성이나 재산가치와는 동떨어지게 주가가 형성되어 있는 상황 에선 더욱 그렇다. 지금 증권 붐에 들떠 간과되고 있는 불안 요인도 없지 않다.
현 증시과열의 바탕이 되고 있는 과잉유동성은 물가안정을 위해 금년 상반기내로 거둬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밖으로부터의 통상압력과 원 화 절상은 기업수지를 크게 압박할 것이다. 또 공산권과의 교 여 확대도 기대한 만큼의 경제적 실리를 가져올지 의문이다.
증권에서 모든 사람이 행복하려면 주가가 계속 올라야 하는데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언젠가는 좋은 시절이 끝나지 않을 수 없다.
그때 「상투」를 잡아 가장 손해를 보는 계층은 정보에 어둡고 뒤늦게 뛰어든 소위 선의 의 투자자들이다.
5·16 증권 파동 때도 그랬고 78년 증권 파동 때도 그랬다. 벌써 정부 당국군도 『현재와 같은 증시과열 현상이 진정되어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때 선의의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주식투자를 한다는 것은 리스크를 투자자 자신이 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요즘과 같은 과열증시의 반작용으로 많은 피해자가 나올 때 그에 따른 사회충격을 과소평가 해선 안될 것이 다. 과열분위기의 정상화와 증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확산에 좀더 적극성을 보일 것을 촉구한다. 정부도 임기응변적인 증시대책보다는 증시의 펀드멘틀을 건전하게 만드는 신뢰할만한 정책을 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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