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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 작가들 "푸대접 싫다"|「88회화제」자비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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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현대미술의 서자 취급에 반발, 서양화 구상계열 작가들이 한데 뭉쳤다. 88문화올림픽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갖가지 미술행사에서 냉대를 받아온 서양화 구상작가들은 자구책으로「88회화제」를 추진, 최근 롯데쇼핑 측과 오는9월 롯데신관 미술관에서 보름간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서울올림픽 기간 중 우리 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한국 현역작가들의 현대구상작품을 보여주자는 뜻에서 88 회화제가 일부구상작가들 사이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그후 강길원 구자승 김수익 김인화 김종의 김종오 박상도 박용인 송진세 신종섭 안영 안호범 윤석원 음영일 이병석 이필산 장완 전호 전창운 정의부 최광선 최상선 최례태씨 등 24명을 발기인으로 하여 발족, 현재 모두 68명의 40∼50대 구상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그간 준비작업은 강길원 김수익 박용인 송진세 안호범 최광선씨 등 6명의 추진위원을 중심으로 이뤄져왔는데 올림픽기간 중 60여명의 대형작품(1백호내외)을 걸만한 전시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무산될 위기에 처했었으나 롯데신관미술관을 무료 제공받음으로써 기사회생했다.
롯데신관미술관은 9월 한달 간 한국화전과 88회화제를 각각 보름씩 열 계획이나 아직 전시 순서는 정하지 못한 상태.
최광선씨는『88회화제는1∼15일, 또는 16∼30일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전시공간이 1백40평에 그쳐 당초 계획했던 것과는 달리 50∼80호 크기의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서양화 구상작가들이 이처럼 독자적인 전시회 개최까지 불사하게 된 데는 그간 화단 안팎에서 받아온 푸대접과 작가들의 위기의식이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구상작업은 구태의연한 것」이라든지,「현대회화=비구상」으로 파악하려는 평론가들의 인식, 작품의 상품성만으로 순수·비 순수 작가를 구분 지으려는 화단풍토 등은 구상작가들의 오랜 불만이었다. 게다가 각 대학의 교단도 비 구상계열의 작가들이 대부분 차지, 이들을 통해 배출된 소장화가들은 구상작업을 외면해 명맥이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까지 생겨나고 있는 것.
『엄연한 현대회화를 놓고 형상성이 있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백안시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한 최광선씨는『특히 올림픽에는 순수한 한국풍경이나 ??방석 등 우리 고유의 정물을 보여주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다』고 강변한다.
88회화제에는 현재 화단에서 개인이나 그룹을 통해 활발히 활동하는 이들 중 40∼50대 작가로 학연·지연을 배제하고 추천을 받아 출품작가를 선정하고 있는데 그룹만도 목지회· 상형회·신미술회·이형회· 수채화작가 회 등이 고루 참여하고 있다.
운영위원회 측은 화집 발간 등 경비가 1천5백만원 정도 들것을 예상하고 있는데 특별협찬이 없는 한 출품료로 충당할 계획. 운영위원회는 오는27일 하오6시 아랍문화회관 중국식당에서 총회를 갖고 출품작가를 최종 확정한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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