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사가 만난 독일, 독일 사람들 '통일독일과의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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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독일과의 대화>는 대담집이다.

현직 독일 대사인 이수혁 대사가 만난 다양한 사람들, 상당수의 독일 주요 정치인들과 기업인, 언론인, 그리고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세계적 석학 등등 현재 독일을 대표하는 인물들과의 대담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사실 외국에 나가 있는 외교관들은 주재국에 관한 수많은 보고서들을 수시로 작성한다. 그 보고서들은 해당 국가의 정치, 경제 상황에 대한 극비정보일 수도 있고, 또 그 나라의 주요한 흐름을 담은 일종의 ‘다큐멘터리성’ 리포트일 수도 있다. 어쨌든 지금까지 외교관이 해당 주재국 정세 등을 정리한 이런 수많은 리포트들은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정부에만 보고해 왔고, 따라서 극히 소수의 ‘독자’들만이 그러한 리포트를 읽을 수 있었다. 조금 성격은 다르지만, 이 책의 내용들 역시, 현직 대사인 한 외교관이 주재국의 주요 인물들과 만나 기록한 일종의 ‘정세 보고서’라고 볼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책의 발간을 통해 외교관의 활동보고를 일반 국민들도 읽어 볼 수 있게 된 셈인데, 이 점은 이 책이 갖는 또 하나의 의의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이 우리의 눈길을 끄는 이유는, 현직 대사가 직접 썼다는 점 뿐만 아니라, 이 책에 실린 인물들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이 책에는 독일통일의 드라마를 기획하거나 그 역사적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서독 브란트 전 총리의 외교보좌관이었던 에곤 바 (Egon Bahr)박사, 로타 드 메지에르(Lothar de Maiziere) 전 동독 총리, 구 동독의 국방장관이었던 라이너 에펠만(Rainer Eppelmann) 전 하원의원, 헬무트 콜 전 총리의 외교보좌관을 지낸 호르스트 텔칙(Horst Telschik) 박사 등등... 이들이 들려주는 증언들은 분단을 극복해야할 우리에게는 단순한 조언 이상의, 진지하게 경청해야 할 ‘금언’들이다.

또한 과거 경제 대국으로 알려졌던 독일의 경제가 오늘날 위기로 추락하게 된 원인과 처방에 대해서는 경제학자와 사회학자, 정치인, 언론인, 정부관리, 경제인들의 증언을 통해 분석하고 전망해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독일 정치의 현장을 직접 들여다 볼 수 있는 내용 또한 흥미진진하다. 슈뢰더 총리의 하원해산, 기민-기사당 연합과 사민당 간의 대연정 정치 협상 내막 등이 현역 정치인과 기자들과의 대담을 통해 상세하게 밝혀진다.

이밖에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세계적 석학들의 육성을 듣는 ‘보너스’도 주어진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의 저자인 울리히 벡(Ulrich Beck)교수와 「의사소통이론」의 위르겐 하버마스(Jurgen Habermas) 교수 등 독일이 낳은 두 철학자의 사상을 듣게 된다. 독일 지식인이 정치·경제·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진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독일의 통일문제, 이념문제, 지역갈등 문제를 관심 있게 다루고 있다. 이러한 세 가지 주요 문제에 대한 독일의 최근 흐름들은 우리의 미래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따라서 이러한 주제에 대한 저자와 독일 주요 인사와의 생생한 대화는, 우리의 현실과 접목하여 독일을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흔하지 않은 유익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 지은이 : 이수혁 (주 독일 대사)

저자는 1949년 전북 김제 출신으로 서울중·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수학하였다. 1975년 외무고시를 통해 외무부에 입부한 후 주 유엔, 페루, 벨기에, 코트디브와르, 폴란드, 미국 대사관 등에서 근무하였다.

1999년-2001년까지 청와대 외교통상비서관을 지냈고, 2002년부터 약 1년간 주 유고슬라비아 대사를 역임하였다. 외교통상부 차관보로 재직중이던 2003-4년간에는 6자회담 수석대표(1-3차)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도 하였다.

2005년 6월부터는 주독일 대사로 재직하고 있다.

■ 정가 : 15,000원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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