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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새미 라샤드의 비정상의 눈

인종차별 무감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새미 라샤드 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새미 라샤드 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지난 10일 한국과 콜롬비아 친선 축구경기 중에 콜롬비아 선수 1명이 한국 선수를 바라보며 양손으로 눈을 찢고 입을 벌리는 인종차별 행동을 해 논란이 됐다. 지난 6~7월에 나온 이집트 드라마 중 제일 인기를 끌었던 두 드라마가 있다. 한 드라마의 주인공은 똑똑하고 유식하고 외국어도 잘하고 목소리가 좋아 노래까지 잘하는 매우 훌륭한 젊은 여배우다. 이집트 사람과 중국 사람이 비행기를 탔는데 비행기가 불시착해 생존자들이 고향으로 가려고 나름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드라마 내용이었다. 그 여주인공은 “중국 사람을 깨우러 갔는데 눈이 작아 깼는지 아직 자는지 모르겠네”라는 말을 했다.

다른 드라마에도 젊은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배우가 동양인 배우에게 혼내듯이 “너 똑바로 안 하면 요 조그마한 눈을 칼로 크게 만들어 줄 테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드라마에서 이런 발언을 들었을 때 너무 놀랐다. 도대체 왜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비정상의 눈 11/30

비정상의 눈 11/30

나 역시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이런 유형의 인종차별에 대해 관심 있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집트의 보통사람들이 그러듯이 피부 색깔이 약간 까만 친구에게 흑인이라 부르고, 눈이 작은 친구에게는 “동양 사람 같다”고 놀려도 별문제 없다고 생각했다. 그 말을 하거나 듣는 사람도 욕이나 놀림 정도로 생각했지 인종차별까지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집트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수많은 인종이 만나는 곳이다. 이집트 문화의 테두리에 들어오기만 하면 그저 이집트 사람으로 여기고 늘 스스로 단일민족으로 생각해 왔다. 이런 점 때문에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 자체가 희박했던 사회였다. 이집트 드라마에서 배우·제작진, 심지어 시청자도 인종차별에는 무감각한 듯했다.

알고 하든 모르고 하든 인종차별은 인종차별이다. 특히 일부러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인종차별 행위나 발언을 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소통 부족을 느낀다. 지구촌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서로에 대해 잘 모르고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이왕이면 서로의 인식 차이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다양한 모습과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만나고 어울려야 살아갈 수 있는 시대다.

새미 라샤드 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