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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34일 여아 링거 맞은 후 사망…대학병원 억대 배상 판결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6월 한 대학병원을 찾은 생후 34일 된 신생아가 입원 치료 중 사망했다. 기도 폐쇄성 질식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중앙포토]

지난해 6월 한 대학병원을 찾은 생후 34일 된 신생아가 입원 치료 중 사망했다. 기도 폐쇄성 질식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중앙포토]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링거용 정맥주사를 맞다가 숨진 생후 34일 된 여자아이의 유족이 병원 운영법인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일부 승소판결을 받았다.

인천지법, 대학병원 법인에 2억2000만원 배상 판결 #재판부 "정맥주사 처치 전 분유 섭취 시간 확인안했다" #A양 부모 "재판 끝나면 억울함 풀리나 했는데" 울분

인천지법 민사16부는 숨진 A양(1)의 유족이 B대학병원 운영자인 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2억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A양은 지난해 6월 22일부터 몸에 열이 섭씨 38도까지 올라갔다. 열이 내리지 않자 A양의 엄마는 다음날인 23일 오전 A양을 출산했던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큰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듣고 B병원으로 옮겼다.

A양 부모는 같은 달 24일 발열의 원인이 중추신경계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의사의 진단과 함께 척추천자(Spinal tap)를 권유 받았다. 척추천자는 허리 척추에서 뇌척수액을 뽑아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것이다.

링거. [중앙포토]

링거. [중앙포토]

하지만 신생아의 경우 머리와 다리를 한쪽으로 모아 못 움직이게 한 뒤 허리 뒤쪽에서 뽑기 때문에 자칫 호흡곤란과 기도폐쇄 등의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돼 부모들은 대게 망설인다. A양의 부모도 척추천자를 받아들이지 않고 해열제와 항생제 치료를 원했다. 이후 발열 증상이 없어지고 섭취하는 분유량도 늘어 같은 달 27일 퇴원하기로 했다.

이후 퇴원하기로 한 날 정맥주사가 문제가 됐다. A양은 27일 오후 2시 35분쯤 간호사로부터 링거용 정맥주사를 맞았다. 하지만 3분 뒤인 오후 2시 38분쯤 울고 있던 A양이 조용해지면서 청색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간호사는 즉시 흉부타진(chest percussion·등을 돌려 머리를 아래로 향하게 하고 등을 두드리는 방법)을 하는 등 응급처치를 했지만, 오후 4시 11분쯤 끝내 숨졌다.

부검 결과 심정지를 일으킬 질병은 없었고 기도 내에서 분유가 배출된 기록 등으로 미뤄 기도 폐쇄성 질식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A양 부모는 “(간호사가) 링거 주사를 놓은 직후 사망했다”며 의료사고를 주장했다. 반면 병원측은  “의학적 기준인 '식후 1시간'을 지켜 정맥주사를 시행했다”고 반박했다.

신생아. [중앙포토]

신생아. [중앙포토]

재판부는 “A양이 섭취한 분유량에 맞는 충분한 시간이 지난 후에 정맥주사 처치를 해야 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정맥주사 처치를 시행한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또 “병원이 정한 수유 1시간 이후에 정맥주사를 처치한다는 원칙도 (의학적으로) 명확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A양의 산소포화도가 측정되지 않자 의료진이 곧바로 기도 내 삽관과 흉부 압박 등의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응급상황에서 기도확보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긴 어려워 피고의 책임 비율을 6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한편 A양의 엄마는 지난 28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재판이 끝나면 억울함이 좀 풀릴 줄 알았는데 더 명백한 그들의 잘못이 드러나 더욱 화가 나고 억울하다”며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글을 올렸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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