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대교 막은 건설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시민 불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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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하 건설노조)이 28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와 행진을 하면서 마포대교 양방향을 점거해 시민들이 교통체증에 따른 큰 불편을 겪었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2017 건설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를 마친 전국건설노동조합 노조원들이 청와대를 향한 행진을 위해 마포대교를 점거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2017 건설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를 마친 전국건설노동조합 노조원들이 청와대를 향한 행진을 위해 마포대교를 점거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오후 5시 30분쯤 사전에 신고한 행진 경로를 이탈했다. 조합원들이 마포대교 남단 전 차로를 점거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30분 넘게 교량 위 양방향 통행이 막혔다.

경찰의 폴리스라인이 무너져 경찰관과 집회 참가자들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건설노조는 오후 6시쯤에 여의도 의원회관 앞 전광판 고공 농성장으로 행진 방향을 틀었다. 오후 6시 30분쯤 마포대교 양방향 통행은 가능해졌지만 이동하는 집회 참가자들로 여의대로 영등포 방향 등 인근 차량 통행이 부분적으로 통제됐다.

교통 체증이 한 시간 넘게 이어지면서 시민들은 SNS 등에 불만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이런 식으로 자기주장을 하는 것은 정당성도 없고 시민들의 지원도 얻지 못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다른 네티즌은 “너무 막혀서 마포대교를 걸어서 여의도로 왔다. 권리를 정당하게 주장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도로를 다 막아서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다른 시민은 “예고된 집회였는데 경찰의 질서 유지가 너무 안일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네티즌은 “불편하긴 했지만 마포대교를 막을 만한 사연이 뭔지 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 적었다.

경찰은 이날 72개 중대 5700여 명의 경찰력을 배치했다. 사전집회 장소와 국회 앞 100m 지점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의사당대로의 차량 통행을 막았다. 그러나 집회가 끝난 뒤 행진 과정에서 참가자들에 의해 폴리스라인이 무너지면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행렬이 너무 길고 인원이 많아서 질서를 유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강제력을 쓰기에는 다른 불상사가 우려됐다”고 말했다.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은 퇴직공제부금(건설노동자에게 인정되는 일종의 퇴직금) 인상이 핵심이다. 퇴직공제부금은 사업주가 근로일수만큼 납부하고 근로자가 퇴직할 때 공제회에서 지급하는 돈이다. 공제금은 일한 날짜만큼 쌓이는데, 2008년부터 하루 4000원으로 동결된 상태다. 건설노조는 이 퇴직공제부금 적용 대상과 지급액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정문앞 거리에서 열린 '2017건설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노동기본권 쟁취'와 '건설근로자법 개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정문앞 거리에서 열린 '2017건설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노동기본권 쟁취'와 '건설근로자법 개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 소위에서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이었으나 여야 간 이견으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 법의 개정을 요구하며 18일간 고공시위를 벌인 건설노조 조합원 2명은 이날 오후 소방 사다리차를 이용해 광고탑에서 내려왔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이영철 수석부위원장과 정양욱 광주전남건설 기계지부장은 지난 11일 국회 인근 여의2교에 위치한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건설근로자법 개정안 통과'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30m 높이 광고판에 내걸고 "건설근로자법 개정 없이는 땅을 밟지 않겠다"고 주장해왔다. 광고탑 운영업체는 이 부위원장 등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농성을 마친 이들을 같은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건강 상태를 검진한 뒤 조사할 방침이다.

건설노조 측은 “시민들께 불편을 끼쳐 죄송하게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어떤 심정으로 집회를 했는지, 건설근로자가 어떤 어려움에 부닥쳐있는지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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