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된 조치… 중소기업 큰 타격|미의 대한 특혜관세 폐지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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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려했던 대미수출의 GSP(일반특혜 관세제도)졸업이 현실로 다가왔다. 미행정부의 각료급으로 구성되는 경제정책위원회(EPC)의 최종결정이 있었다니까 늦어도 2주일 안에 공식발표가 나올 전망이다.
이미 각오했던 바이지만 GSP졸업으로 인해 내년부터는 미국에 수출해 온 1천2백여개 품목이 평균 5%가량의 관세를 물어야 하게 됐다. 이렇게되면 자연히 현지에서의 판매가격이 올라가고 따라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GSP혜택을 받은 대미수출금액이 25억달러(87년기준) 정도였는데 이중에 2억∼3억달러가 줄어들 전망이다. 면제받던 관세를 추가로 물게됨에 따라 기존 수혜품목의 수출이 10%정도 감소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GSP수혜대상이 주로 중소기업들이었으므로 졸업에 따른 파급영향 역시 이들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품목별로 보면 스포츠용품·완구·고무·장신구·가구 등 잡제품들이 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대미수출흑자가 지나치게 커져 걱정인 형편이라 수출이 다소 줄어드는 것에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야 없겠지만 이들을 수출해온 중소기업들이 받게될 타격은 간단치 않은 문제다. 이에 따라 정부당국도 미국 측의 공식발표에 대비해 GSP 제외로 어려워진 중소기업들에 대해 세금감면·보조금지급 등의 별도대책을 마련하고 업종전환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기본적으로는 정부나 업계나 미국의 GSP제외조치를 크게 걱정하고 있지 않는 분위기다. 오래전부터 예상해 왔는데다가 이번에 함께 제외되는 대만·홍콩·싱가포르 등 경쟁국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럽시장(EC)에서는 이미 금년 1월1일부터 GSP혜택이 중지되었다. 자기네들의 지적소유권 문제를 빌미로 잠정적인 조치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완전히 끊긴 셈이다.
해당기업의 어려움은 딱한 일이지만 명분상으로는 더 이상 미국이나 EC에 대해 GSP수혜를 고집하기가 곤란한 상황이다.
원래 GSP제도라는 것이 못사는 나라들의 수출을 돕는 일종의 원조성격을 띤 것이므로 우리의 무역흑자를 감안하면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처지에 와 있다.
한편으로는 미국 측이 지금까지의 통상마찰 과정에서 걸핏하면 GSP제외를 하나의 협상카드로 들고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홀가분해지는 면도 없지 않다.
GSP제외가 갖는 보다 근본적인 의미는 지금 당장의 수출감소 차원이 아니라 「GSP제외→개도국졸업」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상징적 선언이 국제사회에서 원용됨으로써 외환자유화를 비롯한 금융개방·서비스시장 개방 등 선진국 대열에서 치러야 할 코스트를 보다 강력히 요구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봉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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