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증설의 세가지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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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의 지상 교통은 이미 한계점에 이르렀다. 어딜 가나 차량 홍수고 날이 갈수록 그 정도는 심해지고 있다. 이러다간 서울의 도로가 몽땅 주차장이 되어 움쭉달싹 못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서울의 자동차 댓수가 고작 60만대에 이 지경이니 곧 1백만대를 넘어 2백만대에 육박하는 90년대엔 도시 전체가 어떻게 될 것인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도로를 넓혀 이를 해결할 수도 있다. 도시 고속도로를 신설하거나 가로망을 정비하고 확장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도로망을 확충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하루 4백∼5백대씩 늘어나는 차량증가추세를 따라잡을 수도 없거니와 도로율 1% 늘리는데 4천억∼9천억원이 드는 막대한 재원염출도 막막하다.
결국 한계에 이른 지상 교통문제의 해결방안은 불가불 지하교통망 구축에서 찾을 도리 밖에 없다. 지하교통망의 평성은 그것이 대량 수송수단이고 정시(정시)성과 쾌적성을 고루 갖추고 있어 도시교통난 해소에 절대적인 기여를 한다. 그밖에도 지상교통의 폭주와 대기 및 소음공해 해소, 그리고 에너지 절감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이 같은 여러 이점 때문에 서울지하철 추가 건설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그 동안 수없이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3년 전 지하철 3, 4호선 완공이래 2조원이 넘는 빚 갚을 길이 막연해 염두를 못 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가 지하철 5개 노선을 더 건설키로 한 것은 다행이다. 앞으로 노선별 타당성조사와 재원 염출방안 등 여려 절차와 연구 검토 등이 남아있지만 몇 가지 점에 유의해야할 것이다.
첫째는 착공시기를 2년 후로 할 것이 아니라 당장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의 교통지옥과 폭발적인 차량 증가 추세, 그리고 최소한 5년 이상이 소요되는 지하철 건설기간을 감안한다면 지금 서둘러 착공해도 오히려 늦은 편이다. 한꺼번에 착공, 조기완공을 서두르다 대형사고를 빚고 시민에게 불편을 끼친 전철을 더 이상 밟아서도 안 된다.
둘째는 건설 재원을 국고에서 부담해야 한다. 서울시는 지하철1∼4호선 건설 때처럼 또 다시 공채발행 등으로 건설비의 상당부분을 메우려하고 있다. 지하철이 어느 도시의 재산이기 전에 국가기간 시설이라는 점 외에 실제 이용자가 서울·경기 등 전국민의 4분의 1이나 된다는 점에서도 국고부담을 해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다. 런던과 파리, 뉴욕 등 세계 어느 지하철도 건설비의 50∼75%를 국비로 충당했다는 걸 참고해야할 것이다.
세째는 지하철 노선을 토지이용계획과 철저히 연결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기존 지하철이 엄청난 건설비와 지하철 길이에 비해 교통 분담률이 겨우 16%에 불과해 이용객이 적은 것은 이 점을 소홀히 한데 원인이 있다. 불과 몇 년 후에 들어설 개포·고덕·목·가악동 등 대단위 주택 및 아파트단지나 인구밀집지역인 여의도 등 교통발생요인과의 연결을 도외시한 지하철건설로 절름발이 지하철이 되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구 5백만명을 넘어선 경기일원의 위성도시는 이제 서울과 동일생활권이다. 따라서 서울의 지하철 건설은 수도권 광역교통체계와 연계해 짜여지고 다듬어져야 한다는 걸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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