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폭탄테러 80여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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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라크 중부 나자프에서 29일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해 종전 이후 거물정치인이자 시아파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모하마드 바케르 알하킴(사진) 이슬람 최고혁명위원회(SCIRI) 의장이 암살당했으며 주변에 있던 80여명이 숨지고 2백여명이 다쳤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아랍권 위성방송들은 바그다드 남쪽 1백80㎞ 지점의 나자프에 있는 시아파 최고 성지 이맘 알리 사원에서 금요일 합동예배를 마치고 신자들이 몰려나오는 사이 폭발이 발생했으며 이 사원에서 설교하던 알하킴과 그의 수행원들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속보로 보도했다.

후세인 정권 몰락 이후 약 20년 동안 이란 망명 생활에서 귀국한 알하킴은 시아파 과격운동을 주도하면서 후세인과 바트당을 비난하는 설교를 자주 해왔다. 미군에 별로 협조적이진 않았지만 최근 그의 동생인 압둘 아지즈 알하킴이 25인의 과도통치위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연합군의 전후 통치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SCIRI의 일부 과격파의 비난을 받아왔다.

이번 사건에 대해 아랍 위성방송인 알아라비야는 "부비 트랩 혹은 자살 공격을 이용한 이번 폭발이 알하킴을 겨냥한 것은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지난 24일에도 나자프에서 알하킴의 삼촌을 노린 폭탄 테러가 발생해 3명이 사망한 사건을 언급하면서 알하킴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다른 시아파 세력을 유력한 배후로 지목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중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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