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하철 직원들 괴롭히는 ‘임산부 배려석 신고’ 문자들

중앙일보

입력

지하철 임산부석. [중앙포토]

지하철 임산부석. [중앙포토]

지하철 직원들이 최근 ‘임산부 배려 좌석’에 관련한 민원이 쏟아진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자신을 지하철 2호선 철도 승무원이라고 소개한 A씨는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반복되는 문자 폭탄과 안내 방송에 대해 욕을 퍼붓는 시민들의 항의가 두렵다”며 자신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하는지에 대해 네티즌에게 조언을 구했다.

A씨는 “임산부 좌석 민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윗선에서도) 임산부 배려방송을 하라고 지시한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하지만 이렇게 안내 방송을 내보내면 다른 승객에게 욕설을 듣는다. 일부 승객은 “열차 상황을 보라. 여기서 지금 배려가 나오게 생겼냐”라는 내용과 함께 6분간 심한 욕설을 했다. A씨는 이런 일을 겪은 이후 방송을 할 때마다 기관실을 발로 차거나 욕을 하는 등 승객의 행동이 두렵다고 밝혔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실제 A씨가 공개한 사진에는 “2호선 잠실역 방향 열차 2717호에 남성분이 앉아 있어 방송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문자가 10차례 가까이 왔다. 심지어 “문자 드린지 7분이 지났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같은 내용을 반복 신고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참다못한 A씨가 ‘문자 폭탄’의 전후 사정을 알아본 결과 이런 현상의 발단에는 5일 ‘워마드’에 올라온 ‘임신남 신고방법’이라는 게시물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게시물은 남성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으면 안내 방송이 나온다는 점을 이용, 신고 방법을 자세히 안내했다. 해당 게시물에 따르면 “O호선 OO행 OOOO호 열차에 비임산부인 남성이 앉아있다”는 문자메시지를 각 노선별 신고문자 접수번호를 통해 보내면 된다고 알렸다. 해당 게시물이 게재된 이후 A씨는 이런 ‘문자 폭탄’이 쏟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워마드 캡처]

[사진 워마드 캡처]

자신을 지하철 직원이라 소개한 B씨도 최근 자신의 SNS에 “요즘 일하는데 너무나도 힘든 날이다”라며 비슷한 문제로 인해 고충을 겪고 있음을 알렸다.

B씨는 “임산부 여성이 이용하는 배려 좌석에 남자만 앉았다 하면 민원을 넣는 이상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CCTV로 보면 텅텅비어있고 다른 자리도 물론 많이 있는데 남자가 그 자리에 앉았다 하면 폭탄 문자를 보내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갑자기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듣자하니 일부 여성사이트들의 단체문자 활동 소행이라고 하던데 정말 화가 난다”며 “임산부를 배려하기 위한 자리인 건 사실이나 배려석이지 의무석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해당 내용이 인터넷에 게재될 때마다 “저도 지하철 현직 지하철 운전사다”, “저도 지하철 직원”이라 밝히는 사람들이 등장, “최근 임산부 배려석 방송 요청이 계속 오는데 그게 일각의 조직적인 소행이었군요”라며 고충을 토로하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