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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0 넘으면 고혈압?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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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9호 24면

강재헌의 건강한 먹거리

일러스트=강일구

일러스트=강일구

미국심장협회와 미국심장학회가 지난 13일 고혈압 진단 기준을 140/90㎜Hg 이상에서 130/80㎜Hg로 낮추는 새로운 진료지침을 발표했다. 새 기준을 따르면 국내 고혈압 환자가 무려 650만 명이나 늘어나고, 30세 이상 성인의 절반가량이 고혈압 환자가 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당황해하고 있다.

미국의 새로운 고혈압 진료지침을 자세히 살펴보면, 10년 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률이 10% 이상이거나 기왕에 심혈관질환을 앓았던 고위험군은 130/80㎜Hg부터 약물치료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고위험군이 아닌 경우에는 기존처럼 140/90㎜Hg 이상부터 약물치료를 시작하되 130/80㎜Hg부터 저염식, 운동, 체중 조절, 금연 등 적극적인 생활습관 교정을 하자는 의미이다.

한국인 고혈압 환자 중 심혈관 질환 발생 고위험군의 비율은 미국인에 비해 낮은 편이고, 한국인에 대한 고혈압 환자의 심혈관 발생 위험률 추정을 위한 기초 자료도 아직 부족한 상태다. 따라서 이번에 변경된 미국의 진단기준을 무조건 따라가기보다는 비슷한 질병 위험과 양상을 가지고 있는 중국, 일본의 연구자료들과 한국인에 대한 연구자료들을 모아 한국인에 맞는 고혈압 진단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사실 고혈압 진단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혈압 측정이다. 그런데 진료를 하다 보면, 집에서 자동혈압계로 측정하면 혈압이 정상인데 의사만 만나면 혈압이 높게 측정되는 환자들을 종종 만난다. 이러한 경우를 ‘백의(白衣) 고혈압’이라고 하는데, 이때에는 집에서 사용하는 자동혈압계를 진료실로 가져와 자동혈압계 측정치가 정확한지 비교 확인한 후, 집에서 일정기간 매일 혈압을 측정하여 고혈압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또 하나의 확인 방법은 병원 측정장비를 이용해 24시간 활동 중 혈압측정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백의 고혈압 여부를 확인하고, 하루 중 혈압의 변동 패턴을 확인하여 고혈압약 복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번 진단기준 변경으로 고혈압 판정을 받게 된 사람이 약물치료 전에 해 볼 수 있는 해결책이 하나 있다. 비만인 경우 체중을 줄이고, 절주하며, 싱겁게 먹도록 노력하고, 칼륨이 풍부한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며 운동량을 늘리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수축기 혈압은 5~10㎜Hg까지, 이완기 혈압은 2~4㎜Hg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을 3개월간 해 보고 그래도 정상혈압에 도달하지 않을 경우 의사와 상의하여 고혈압약 복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고혈압 진단 기준 변경은 고혈압에 대해 조기에 적극적인 생활습관 교정을 시작하고 고위험군에 대해 고혈압 치료를 하자는 취지이지, 새롭게 고혈압 진단기준에 들어온 모든 사람이 곧바로 고혈압약 복용을 시작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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