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업적 부정한 고노 일본 외상… "93년 고노 담화, 다른 고노가 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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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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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河野太郞·사진) 일본 외상이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 “한국 정부가 휴지로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위안부 합의 휴지 못 만들 것 #골 포스트는 이미 고정돼 있다”

고노 외상은 24일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골 포스트’는 이미 고정돼 있다. 한국 정부가 제대로 합의를 이행할 것을 기대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축구 경기에 빗대 “골 포스트가 계속 움직이고 있다”(8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고 하는 등 한국 정부의 합의 수정 움직임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 왔다.

고노 외상은 또 “한국 정부 안에는 문제 있는 행동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상한 일이 있다면 제대로 지적하고 바로잡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고노 외상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아버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중의원 의장과 자신의 생각이 다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고노 전 의장이 1993년 관방장관 재직 시절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와 관련, “다른 고노가 낸 것”이라며 “고노 담화에 대한 평가는 본인한테 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대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가 2015년 8월 발표한 ‘전후 70년 담화’와 위안부 합의에 전력을 다하겠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일 양국의 일각에선 지난 8월 취임한 고노 외상이 고노 담화의 주역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과거사 문제에 대해 열린 자세로 임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고노 외상은 취임 후 아버지와 선을 긋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에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착실하게 이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과 관련해서도 아버지 고노는 “자위대 명기는 잘못된 일”이라고 했지만 아들 고노는 이날 “헌법 9조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정안에 찬성한다”고 정반대의 견해를 나타냈다.

반면 그가 이 같은 발언을 거듭할수록 정치인 고노에 대한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고노 외상은 최근 ‘포스트 아베’ 후보군으로 급부상 중이다. 본인 스스로도 “총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해 현 아베 총리와 직접 대결할 것인지에 대해선 명확히 답변하지 않았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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