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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관빈 ‘조건부’ 석방...사흘새 두번, MB 향한 검찰 수사 암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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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연합뉴스]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연합뉴스]

법원이 김관진(68) 전 국방장관에 이어 임관빈(64) 전 국방부 정책실장에 대해서도 24일 석방 결정을 내렸다.

김 전 장관의 구속적부심에 이어 이날 열린 임 전 실장에 대한 심사를 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신광렬 형사수석부장)는 "일부 혐의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고, 현재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거나 증인 등 사건 관계인에게 위해를 가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의자의 출석을 보증할 만한 보증금의 납입을 조건으로 하여 석방을 명한다"고 석방 결정 이유를 밝혔다.

이번에 재판부는 임 전 실장에 '기소 전 보석' 제도를 적용해 석방했다. 법원은 "보증금 납입(1000만 원)을 조건으로 피의자의 석방을 명한다"며 "피의자는 석방되면 법원이 정한 조건(주거지 제한, 사건관계인 접촉 금지 등)을 성실히 지켜야 한다. 이에 위반하면 다시 구속될 수 있고, 보증금을 몰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214조에 따른 기소 전 보석이란 구속 당시에는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됐지만, 구속적부심사 시점을 기준으로 볼 때 증거인멸이나 피해자 등에 대한 가해 염려가 없을 경우 보증금 납입을 조건으로 석방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이로써 지난 11일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의 결정은 사흘새 열린 두 번의 구속적부심에서 잇따라 뒤집혔다.

김 전 장관에 이어 임 전 실장에 대한 구속이 취소되면서 군 사이버사령부 정치 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법원의 결정은 김 전 장관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거나 보고하면서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개입을 지시했다는 범죄 혐의에 대한 검찰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진행되던 수사도 암초를 만났다. 검찰은 이태하 전 사이버사 심리전단장이 이끈 댓글 팀의 실무 공작이 연제욱ㆍ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의 지시ㆍ관리 아래 놓여 있었고, 이 내용이 임 전 실장을 거쳐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되면 이 전 대통령의 확인·지시가 반복되는 구조라고 의심해왔다. 정치권에서는 “무리한 수사”라는 야권의 반발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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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앞서 김 전 장관이 석방되자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며 수사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김기현 전 사이버사 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과 연·옥 전 사령관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이버사의 댓글 활동을 기록한 보고서가 김 전 국방부 장관과 임 전 실장에게 보고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 전 장관이 매일 받아본 사이버사령부 보고서 표지에 ‘V’ 표시를 한 사실도 증거로 제시됐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을 지낸 최진녕 변호사는 “검찰 수사는 결국 ‘윗선’인 이 전 대통령을 염두에 둔 구조였는데 이 논리가 힘을 잃게 된 셈”이라고 해석했다.

김 전 장관과 임 전 장관의 석방이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어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법조계의 지적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에 대한 석방은 구속의 적정성을 다시 꼼꼼히 따져 지금 단계에서의 판단을 한 것이다. 재판에 넘겨질 경우엔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호진·오원석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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