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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램지, 허세는 너야"…한국맥주 논쟁 2라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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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튜더 트위터.

다니엘 튜더 트위터.

청 코너 고든 램지. 만 51세, 연 소득 600억원에 달하는 영국의 스타 셰프. 카스 광고 모델로 지난주 서울 방문.
홍 코너 다니엘 튜더. 만 35세,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의 전 이코노미스트 기자. 서울서 수제 맥주 제조, 맥줏집 운영.

고든 램지가 '엉덩이 차주겠다'는 당사자 만나 보니 #다니엘 튜더, 램지 트위터에 글 남겼는데 '무반응' #수제맥주 브랜드 '더부스' 창업, 올해 매출 100억원 #

중량감에서 ‘잽이 안 되는’ 매치이긴 하지만, 어쨌든 둘이 붙었다. 둘의 공통점은 한국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영국인이라는 점. 선방은 지난 18일 오후 고든 램지가 먼저 날렸다.
“한국 맥주가 맛없다고 한 영국 기자의 엉덩이를 걷어차 주고 싶다. 매운 음식엔 ‘개 맛있는(Bloody Fresh)’ 한국 맥주가 딱 맞죠.”

다니엘 튜더. [중앙포토]

다니엘 튜더. [중앙포토]

지난 2012년,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이었던 다니엘 튜더가 쓴 ‘불같은 음식 싱거운 맥주(Fiery Food Boring Beer)’라는 한국 음식에 관한 기사 중 "북한 대동강 맥주가 싱거운 한국 맥주보다 더 낫다"라는 내용에 대한 반박이다. 고든 램지는 또 “허세 없는(not pretentious) 맥주가 좋다”고도 했다.

다니엘 튜더 트위터.

다니엘 튜더 트위터.

‘억’ 소리 나는 스타 셰프의 기자회견은 실시간으로 전송됐고, 바로 누리꾼의 입길에 올랐다. 그 시간 맥주를 좋아하는 맥줏집 사장 다니엘 튜더는 이날도 역시 이태원의 펍에서 맥주를 홀짝이고 있었다. 트위터에 친구들의 트윗이 쇄도했다. “고든 램지가 너를 언급했어, 네 엉덩이 걷어차 주겠대.” 한국말을 ‘미녀들이 수다’ 출연자만큼 잘하는 다니엘 튜더는 이렇게 리트윗했다. “이게 영광인가? Let’s go, Gordon(잘했어 고든) ㅋㅋㅋㅋ.” 몇 시간 후엔 고든 램지에게도 트윗했다. “come to Itaewon?(이태원으로 올래?)” 하지만 답은 없었다.

고든 램지. [중앙포토]

고든 램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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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램지의 ‘카스 예찬’ 기자회견은 영국에서도 화제였다. 가디언·텔레그래프 등 유력 매체가 앞다퉈 “독설로 유명한 고든 램지가 한국의 심심한 맥주를 옹호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이쯤 해서 런던에 있는 다니엘 튜더의 어머니도 아들에게 연락했다고 한다. “엉덩이는 아직 괜찮지? 혹시라도 고든 램지를 만나게 되거든 정중하게 맥주 한잔 대접하렴."

‘고든 램지의 저격’ 5일이 지난 23일, 본인이 론칭한 수제 맥주 회사의 사무실서 다니엘 튜더를 만났다. 그는 “영국인으로서 고든 램지를 진심으로 존경한다"며 “어찌 됐든 스타 셰프, 고든 램지에게 지목받은 건 영광”이라고 옥스퍼드대 출신 엘리트답게 예의를 차렸다. 이어 “고든 램지나 제이미 올리버(영국의 스타 셰프 중 한 명) 같은 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맛없다고 정평이 난 영국 음식의 격을 올려놓은 건 사실”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곧바로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한국 음식이 매워서 신선한 맥주 마셔야 한다는 논리는 궤변 아닌가요? 그럼 맥주를 마실 때마다 매운 음식을 먹어야 하냐고요. 모든 맥주가 대중적이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기사를 쓸 당시에 한국엔 카스와 하이트가 독과점이었어요. 지금도 그렇죠. 당시 기사의 초점은 한국의 다양한 음식만큼 한국에도 다양한 맥주가 필요하다는 뜻이었어요.”

고든 램지가 "한국 음식엔 허세 없는 맥주가 잘 어울린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현했다. “병당 몇천원 하는 비싼 맥주가 허세라면 고든 램지의 파인 다이닝이야말로 허세 아닌가요. 거긴 저녁 한 끼에 25만원씩 해요. 런던에서 살았지만 저는 한 번도 못 가봤어요.”

다니엘 튜더는 지난 2002년 월드컵을 보러 한국에 온 이후 미래에셋, 이코노미스트 특파원, 수제 맥주 창업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지금까지 한국에서 9년을 지냈다. 스스로 “닭도리(닭볶음)탕을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을 처음 방문한 고든 램지는 한국 음식 문화에 대해선 잘 모르지 않을까”라며 “음식뿐만 아니라 막걸리 전통주 등 한국엔 정말 다양한 술이 많은데, 고든 램지가 그런 술도 마셔봤으면 좋았을걸”이라고 말했다.

다니엘 튜더는 한국인 동업자 2명과 함께 ‘더부스’라는 수제 맥주 스타트업을 지난 2013년 론칭했다. 기자에서 느닷없이 맥주 회사를 창업한 이유는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더 맛있는 맥주를 만들고 보고 싶은 욕심”이라고 답했다.

더부스는 세 차례의 펀딩을 통해 50억원을 투자받는 등 수제 맥주 브랜드 중에서는 줄곧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또 올해 매출은 유통 부문에서만 10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더부스 공동창업자 양성후 대표는 “더부스 이후 수제 맥주 붐이 일어 현재 30~40개에 이른다”며 “매년 시장이 2배가량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니엘 튜더와 '더부스' 양성후 대표. [사진 더부스]

다니엘 튜더와 '더부스' 양성후 대표. [사진 더부스]

더부스를 비롯한 수제 맥주 브랜드는 ‘더 비어위크 서울’이라는 맥주 페스티벌을 통해 수제 맥주의 대중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더부스는 보노보노·배럴·72초 등 브랜드와 협업으로 크래프트비어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비싼 것은 사실이다. 카스가 대형마트에서 6개들이 한 팩에 8140원(개당 약 1357원)이지만, 더부스의 ‘대강 페일에일’ ‘국민 IPA’ 등은 한 병에 4900~53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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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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