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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의 연이은 철퇴...러시아는 평창올림픽 올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당시 러시아 소치 피시트 스타디움에 함께 걸린 올림픽기와 러시아 국기. [AP=연합뉴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당시 러시아 소치 피시트 스타디움에 함께 걸린 올림픽기와 러시아 국기. [AP=연합뉴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단을 볼 수 있을까.

크로스컨트리 이어 스켈레톤서도 출전 금지 중징계 #각 단체에 맡겼던 리우 때와 달리 IOC가 나서 징계 '차이' #영국 가디언 "러시아, 중립 자격으로 출전 가능성" 보도 #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육상, 역도 등 일부 종목 선수의 대회 출전이 금지됐던 러시아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호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2015년 11월,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체육부·정보기관 등까지 개입해 조직적으로 선수들의 도핑을 방조하고 은폐한 러시아의 사실을 폭로한 뒤 이어진 후폭풍이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종목 선수의 출전이 제한됐던 리우올림픽 때와 달리 평창 겨울올림픽에선 러시아 선수단의 전면 출전 금지라는 초유의 징계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와 주목되고 있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크로스컨트리 금,은,동메달을 휩쓴 러시아 선수들. 왼쪽부터 막심 빌레그자닌, 알렉산더 레그코프, 일리아 체르노소프. [AP=연합뉴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크로스컨트리 금,은,동메달을 휩쓴 러시아 선수들. 왼쪽부터 막심 빌레그자닌, 알렉산더 레그코프, 일리아 체르노소프. [AP=연합뉴스]

소치 겨울올림픽 남자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땄던 알렉산드르 트레티아코프. [AP=연합뉴스]

소치 겨울올림픽 남자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땄던 알렉산드르 트레티아코프. [AP=연합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당시 금메달을 땄던 알렉산드르 트레티아코프(32)을 비롯한 러시아 국가대표 출신 스켈레톤 선수 4명에 대해 올림픽 기록·성적을 취소하고, 향후 올림픽 경기 출전을 금지하는 중징계를 23일 내렸다. 이로써 트레티아코프가 딴 금메달도 박탈됐다. 앞서 IOC는 지난 2일과 10일에 소치올림픽 남자 50km 단체 출발 금메달리스트 알렉산더 레그코프, 남자 50km 은메달을 딴 막심 빌레그자닌 등 크로스컨트리 선수 6명을 연이어 실격 조치와 올림픽 출전 금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이 때문에 소치올림픽 당시 금메달 13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9개로 종합 1위를 차지했던 러시아의 종합 순위 하락도 불가피해졌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등 종목 경기 단체가 해당 선수에 대한 징계를 주도했던 리우올림픽 때와 달리 겨울스포츠에선 IOC가 직접 관련 선수 징계를 하고 있는 게 눈길을 끈다. IOC는 러시아 도핑에 대한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12월 "소치 겨울올림픽에 참가한 28명의 러시아 선수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토마스 바흐(독일) IOC 위원장도 지난 6월 "우리는 소치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잊을 수 없고 '과거'에 대한 제재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앞서 WADA는 지난해 여름 펴낸 관련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도핑테스트실에 구멍 하나를 뚫고, 도핑을 한 선수들의 샘플과 깨끗한 샘플을 바꿔치기하는 행각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그리고 의혹이 일었던 샘플에서 실제 문제가 밝혀지면서 연달아 선수 중징계까지 이어졌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WADA 이사회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크레이그 리드(오른쪽) WADA 회장과 리처드 파운드 IOC 위원. [AP=연합뉴스]

지난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WADA 이사회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크레이그 리드(오른쪽) WADA 회장과 리처드 파운드 IOC 위원. [AP=연합뉴스]

연이어 올림픽 출전 금지 징계를 받은 선수가 나오면서 관심은 평창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단을 볼 수 있을지 여부다. IOC는 내달 5일부터 사흘간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러시아의 평창올림픽 출전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WADA는 지난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의 자격 정지를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WADA는 “우리는 특정 국가와 선수의 대회 출전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며 평창올림픽 출전의 최종 결정은 IOC의 몫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리우올림픽 때 IOC 집행위원회는 "종목별 가맹경기단체에 러시아의 출전 허락 여부를 맡기자"고 결론을 내리면서 육상, 역도 등을 제외한 다른 종목의 러시아 선수 참가가 허용됐다. 그러자 크레이그 리디(영국) WADA 회장은 "IOC는 우리의 충고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러시아는 클린 스포츠의 기반을 위협하는 심각한 행위를 저질렀다"며 IOC를 비난했다. 스포츠 정신을 위배한 행위를 각 종목 단체에 책임을 떠넘겼단 비판도 받았지만 올림픽까지 1년도 안 남은 시점에서 징계를 내리는 것에 IOC가 부담을 느꼈단 시각도 있었다.

비탈리 무트코 러시아 스포츠 부문 부총리. [AP=연합뉴스]

비탈리 무트코 러시아 스포츠 부문 부총리. [AP=연합뉴스]

그러나 평창 겨울올림픽의 경우, 1년 넘게 IOC가 직접 사안을 다룬 만큼 분위기가 미묘하게 다르다. 앞서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러시아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를 전면 불허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17일 “예상되는 몇 가지 제재 방법중에 가장 유력한 후보는 러시아 국적이 아닌 중립 자격으로만 평창올림픽 출전을 허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알렉산드르 주코프 러시아올림픽위원장은 "러시아 국기를 달 수 없다면 평창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겠다"면서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비탈리 무트코 러시아 스포츠 담당 부총리는 스켈레톤 선수에 대한 징계에 대해 "3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선수들을 그렇게 포괄적으로 징계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러시아 선수들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며 선수들의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제까지 정치적인 이유로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사례는 있었지만 도핑 문제로 국가 전체가 참가하지 못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러시아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무산되면 메달 판도뿐 아니라 대회 흥행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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