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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의회 해산 4월 조기 총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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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탁신 친나왓 태국 총리가 24일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을 알현하기 위해 떠나면서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방콕 로이터=뉴시스]

가족의 탈세 의혹 등에 휩싸여 거센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탁신 친나왓 태국 총리가 24일 의회를 해산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탁신 총리는 이날 형식적인 의회해산 승인권을 갖고 있는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을 알현하고 이 같은 뜻을 전했다. 푸미폰 국왕은 포고령을 통해 4월 2일 총선을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탁신 총리는 대국민 연설에서 "선거에서 국민의 결정이 무엇이든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 해산 조치는 수세에 몰린 정국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승부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지 소식통들은 조기 총선에서 탁신 총리가 저소득층과 농촌지역의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다시 집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전체 500석인 하원에서 현재 124석을 보유하고 있는 야당 역시 총리 불신임안을 상정하기에 충분한 200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들은 전망했다. 지난해 2월 총선에서 탁신 총리의 '타이 락 타이당'은 375석을 얻어 압승을 거둔 바 있다.

탁신 총리의 의회 해산 조치는 26일 방콕 왕궁사원 옆 사남루엉공원에서 열릴 예정인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이틀 앞두고 나온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민주를 위한 국민동맹'이 주도하는 이날 집회에 학생.교사.노동자 등 10만 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집회에는 1992년 군사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잠롱 스리무엉 전 방콕시장도 지도부로 참석할 예정이다.

이 단체의 수리야사이 타카실라 대변인은 "탁신 총리가 문제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이 해법은 아니다"며 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앞서 이달 초에도 방콕에서 5만 명이 모인 가운데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탁신 총리 가족은 태국 최대재벌인 친그룹의 지주회사인 '친코퍼레이션'의 지분(49.6%)을 지난달 싱가포르 국영투자기구 테마섹 홀딩스에 19억 달러(약 1조8000억원)를 받고 팔면서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아 탈세 의혹을 받아왔다. 친그룹은 탁신이 정계에 입문하기 전 설립한 회사다. 탁신 집안은 태국 4위의 부호 가문이다. 지분 매각 과정에서 탁신의 장남 판통태는 지분 변경을 공시하지 않아 증권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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