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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혼신 다해 북한 병사 살려냈는데 인격 테러라니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총탄을 맞고 귀순한 북한 병사를 살려낸 이국종 아주대 중증외상센터장이 인격 테러에 시달렸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 센터장은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사경을 헤매던 병사가 두 번의 수술을 받고 의식을 완전히 회복했다”며 “그동안 여러 불편한 일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북한 병사의 기생충 감염 사실 공개를 두고 정치권 등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자 심정을 고백한 것이다. 그는 “의사에게 환자 인권은 ‘목숨을 구하는 일’인데 말이 말을 낳는 상황에 깊은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2011년 ‘아덴만의 여명’ 작전 때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도 살려냈다. 이번에도 북한 병사 분변이 얼굴에 튀고 피를 뒤집어써도 수술을 멈추지 않고 혼신을 다했다. 그런 헌신을 격려하기는커녕 모독했다니 부끄러울 따름이다. 특히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기생충과 내장의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공개해 병사가 인격 테러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김 의원에게 묻고 있다. 정작 인격 테러를 한 것은 젊은이의 몸에 그렇게 많은 기생충을 자라게 한 북한 아닌가. 군과 협의해 환자 상태를 공개한 이 센터장을 매도하는 저의가 궁금하다.

일부 의료인의 질시와 질투도 도를 넘었다. 이 센터장은 모 병원장이 “중증환자도 아닌 석 선장을 데려다 멋진 쇼를 잘해서 중중외상센터 법안이 통과된 것”이라는 메시지를 국회에 돌렸던 사실도 공개했다. 심지어 일부 의사는 이 센터장이 아주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무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고질적인 학벌 만능주의의 병폐가 아닐 수 없다.

이 센터장은 석 선장의 수술 과정까지 공개했다. 오죽 참담했으면 그랬겠는가. 중증환자 살리기에 일생을 건 그는 스트레스가 심해 왼쪽 눈이 거의 실명 상태라고 한다. 영웅을 질시하고 푸대접하면 결코 선진 사회가 될 수 없다. 김 의원과 의료인들은 통렬히 자성하고 사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