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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손목뼈, 고의 늑장 통보 의혹...문재인 대통령 "철저한 진상 규명하고 책임 물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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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신항 세월호 /프리랜서 오종찬/171116

목포신항 세월호 /프리랜서 오종찬/171116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선체에서의 손목뼈 발견 사실을 나흘 뒤에야 유가족에게 알려 논란이 일고 있다. 미수습자 영결식을 예정대로 치르게 하기 위한 ‘고의 늑장 통보’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안일한 대응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관련 담당자를 보직 해임하고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미수습자 영결식 하루 앞둔 17일 오전 손목뼈 발견 #유가족에게 즉시 알리지 않고 장례 진행 #22일에야 국과수 감식 의뢰해 은폐 논란 #의혹제기되자 담당자 보직 해임, 해수부 장관 사과 #문 대통령도 "안일한 대응 믿기지 않는다" 질타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11시 30분쯤 객실구역에서 나온 물건더미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뼈 1점이 발견됐다. 지난 10월 11일 이후 뼈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문제는 발견 시점으로부터 나흘이 지난 21일에야 이 사실을 선체조사위원회와 유가족에게 통보했다는 점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식을 의뢰한 건 여기서 또 하루가 더 지난 22일 오전 10시였다.

 해수부는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이날 공식 사과문을 발표해 “해당 책임자를 보직 해임한 뒤 본부 대기 조치하고 감사관실을 통해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도록 지시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에 대해 응분의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뒤 "미수습자 수습은 유족들만의 문제가 아닌 온 국민의 염원인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을 묻고 유가족과 국민께 한 점 의혹 없이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지시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선체수습본부가 구체적으로 왜 유가족 통보를 하지 않고 감식 절차를 지연했는지는 추후 조사를 통해 명확히 밝혀야 할 부분이다. 뼈 발견 전날인 16일엔 미수습자 5명의 유가족들이 "이제 가족을 가슴에 묻기로 했다"며 더는 수색 결과를 기다리는 대신 시신 없는 영결식을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뼈 추가 발견 사실이 알려질 경우 상황이 번복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부러 은폐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7개월간 세월호 수색 과정에서 유골 수습 보고가 하루 이상 지연된 적이 없었다는 사실도 의문을 증폭시킨다. 김창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장(변호사)은 “21일 오후 해수부 측에서 사람뼈가 수습됐다는 사실을 나흘 만에 전달받았다”면서 “지금까지는 발견 당일에 바로 정보가 공유돼왔다”고 말했다.

 이번 늑장 통보로 보직 해임을 당한 김현태 세월호 현장수색본부 부단장은 해수부 측에 “사람 뼈인지 여부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족의 심적 동요가 우려돼 미리 알리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해당 뼈가 미수습자의 유골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국과수 정밀감식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주 가량이 소요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말인 18일 오후 경기도 안산 제일장례식장에 마련된 세월호 미수습자 고(故) 박영인 학생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말인 18일 오후 경기도 안산 제일장례식장에 마련된 세월호 미수습자 고(故) 박영인 학생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밀감식 결과 해당 뼈가 미수습자의 것으로 밝혀질 경우 문제는 더 커질 전망이다. 미수습자 유해였다면 영결식 전에 시신 일부가 나왔는데도 정부가 이를 유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시신 없는 장례를 치르도록 유도한 셈이 된다. 미수습자 5인 영결식은 이튿날인 18일 예정대로 치러졌다. 유가족들은 뼈 추가수습 여부를 모른 채 전남 목포신항을 떠났다.

 뒤늦게 지연 사실을 알게 된 유가족들은 법적 문제제기를 검토 중이다. 유가족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정성욱 4ㆍ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은 “책임자는 법적 처벌을 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면서 “선체조사위원회와 선조위 특별법 위반 여부에 대한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고 유가족들은 이와 별도로 고소ㆍ고발 등 상응하는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2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아래는 김영춘 해수부 장관이 22일 오후 공식 발표한 ‘세월호 유골 발견 은폐보도 관련 사과문’ 전문이다.

 먼저 이번 일로 다시 한번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분들과 유가족분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11월 17일(금)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그동안 선체에서 수거된 반출물 세척과정에서 1차 현장 감식결과 사람 뼈로 추정되는 뼈 1점을 발견하고도 뒤늦게 선체조사위원회(11.21)와 미수습자 가족들(11.21)에게 알리고, 22일에야 국과수에 DNA 감식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는 해당 책임자를 보직 해임한 후 본부 대기 조치하고 감사관실을 통해 관련 조치가 지연된 부분에 대해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관련자에 대해서는 응분의 조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로 하여금 다시 한번 전체 수습과정을 돌아보도록 하고 혹시 미진한 부분이 없는지 철저히 점검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본 사안과 관련하여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데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해양수산부 장관 김 영 춘

세종=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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