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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교수 자살 부른 '거짓 성추행 대자보' 붙인 제자 '엄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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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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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성추행 대자보로 교수를 죽음에 이르게 한 제자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단순히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이 아니라 직접 목격했고, 증거사진도 있는 것으로 적시해 교수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5월 동아대 손형욱 교수가 제자 성추행했다는 대자보 게시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손 교수 지난해 6월 자살 #재판부 “허위사실 유포로 손 교수 명예 심각하게 훼손”…징역 8개월 선고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4단독 김웅재 판사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A씨(26) 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허위사실을 진실성 있는 것처럼 인식하도록 표현해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살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죄가 위중하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A씨는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 학생이 누군지 알고 있었음에도 대자보를 게시하기 전에 소문의 진위를 확인해 보지 않아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당시 A씨가 대자보를 게시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부학생회장이 먼저 피해 학생을 만나 진상을 파악하라고 요구했지만 A씨는 이마저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의 한 대학 교수가 제자 성추행 누명을 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대학 당국 진상 조사와 경찰 수사 등을 통해 사건 발생 8개월 만인 지난 3월 밝혀졌다. [연합뉴스]

부산의 한 대학 교수가 제자 성추행 누명을 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대학 당국 진상 조사와 경찰 수사 등을 통해 사건 발생 8개월 만인 지난 3월 밝혀졌다. [연합뉴스]

이 사건은 지난해 5월 19일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동아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대자보가 붙으면서 불거졌다. 대자보의 요지는 손현욱 동아대 미술학과 교수가 같은 해 3월 말 경주 야외 스케치 수업 이후 가진 술자리에서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내용이었다.
대자보에서 A씨는 “교수라는 신분으로 학생들에게 성추행하는 것을 목격했다. 당사자에게 찾아가서 말로 사과하는 것으로 해결될 쉬운 문제가 아니다. 학생 전체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라. 증거사진을 들고 있다”고 썼다. 이어 “대자보가 무단철거 됐을 경우 교수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한다”는 협박 글도 담겨 있었다.

대자보가 학내 게시판에 붙자 손 교수를 잘 아는 사람들뿐 아니라 학내 구성원 대부분이 큰 관심을 보였다.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손 교수는 괴로워하다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20일 만인 지난해 6월 7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법원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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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은 곧바로 경찰과 대학 측에 손 교수가 결백하다며 정식 수사를 요구했다. 조사에 나선 경찰은 문제의 대자보를 붙인 사람이 손 교수 제자인 A씨라는 것과 실제 성추행을 한 교수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A씨는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당시 동아대는 졸업을 앞둔 A씨를 퇴학 처분하고 실제로 제자를 성추행한 교수를 파면했다.

재판부는 “A씨가 학내 떠도는 소문의 진상을 밝히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과 동기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A씨가 최소한의 사실 확인 노력도 없이 떠도는 소문에만 근거해 대자보를 붙였다.A씨의 범행으로 인해 교수가 죽음에 이른 점 등을 비춰 볼 때 죄의 책임이 가볍지 않아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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