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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공수처 법안 통과 가능성 없다, 자꾸 올리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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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논의가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여권의 ‘사법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렸다.

최경환 압수수색 후 더 강경해져 #여권 사법개혁 드라이브에 제동 #‘야당에 공수처장 추천권’ 카드도 #정우택 “제 기능 못할 것” 거부

정부와 여당은 당초 올해 내로 공수처 관련 법령을 제정해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 성과로 삼을 방침이었다. 청와대가 법안심사 소위가 열리기 하루 전인 20일 당·정·청 회의를 국회에서 열고 공수처 신설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세 번 열린 소위에선 여야 의원들이 공수처 설치에 대한 의견만 주고 받았다. 그러면서 법무부가 설치안을 제시하면 본격적인 논의를 할 예정이었다. 지난 15일 법무부가 설치안을 제시한 후 처음 열린 이날 소위인 만큼 공수처 설치 논의에 진전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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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법무부는 국회 추천위원회가 공수처장 후보(2인)를 추천하면 국회의장과 원내교섭단체가 협의해 1명으로 추려낸 뒤 대통령이 임명하는 안과 위원회 측 2명 중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는 안을 제안했다. 소위에선 공수처장 후보(2인)를 야당에서 모두 추천하는 일종의 타협안도 거론됐다.

하지만 법무부 안과 다른 의원들이 내놓은 안이 소개된 직후 한국당이 추가 논의를 거부하면서 곧바로 난관에 부닥쳤다. 한국당은 ‘공수처 설치 반대’라는 당론을 내세우며 “더 이상 각론을 다룰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회의를 마친 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새로운 제도나 기구를 만들 것이 아니라 지금 (검찰에) 있는 권한을 배분할 생각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상규 한국당 의원은 “우리는 공수처 설치보다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는 것이 먼저”라며 “통과 가능성 없는 법안을 자꾸 올리지 말라고도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한국당의 강경한 태도는 최근 최경환·원유철·이우현 의원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한국당의 반대 기류는 최 의원에 대한 검찰의 국회 의원회관 압수수색이 진행된 후인 20일 밤부터 확연히 강해졌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밤 페이스북에 “공수처 문제는 국가 사정기관 전체 체계에 관한 문제다. 정치 거래대상이 아니다”며 “충견도 모자라 맹견까지 풀려고 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21일 “두 가지 이유에서 공수처에 반대한다”며 “공수처는 ‘옥상옥(屋上屋)’이 될 수 있고, 정치적인 악용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형식적으로 야당에서 공수처장에 대한 추천권을 가진다고 해도 주변 분위기와 정치 행태 등에 비춰볼 때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여권이 내심 협상카드로 고려했던 ‘공수처장 추천권’까지 거부하며 협상의 여지까지 차단한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까지 공수처 설치안을 처리하려 했던 여권은 목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국당이 반대하고 있고 공수처 설치에 긍정적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서도 각론에선 이견이 많아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법안심사 제1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는 만장일치 통과가 관례”라며 “여야 지도부나 법사위 간사 차원의 합의가 성사되기 전에는 더 이상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설령 공수처 설치안을 소위에서 과반수로 통과시키더라도 권성동 한국당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어 본회의로 넘기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카드를 쥔 채 검찰발 사정정국 추이를 보며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성운·백민경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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