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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퀄컴 인재 잇달아 영입 … 삼성전자 ‘초 격차 1위전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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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초(超)격차’라는 단어는 주로 1등 기업에서 사용한다. 더는 따라잡아야 할 경쟁 상대가 없어도, 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해 2위와 격차를 더 벌리자는 의미다.

반도체 2위와 격차 더 벌리기 나서 #사업부 독립한 파운드리 키우기 #능력 인정받은 글로벌 전문가 영입 #계종욱·송병무 등 임원 파격대우 #기존 합류한 강인엽도 사장 진급 #24년 만에 연매출 인텔 추월 확실

삼성전자 윤부근 부회장은 CE(소비자가전) 부문장 시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초격차라는 말을 하도 강조하니, 한국어로도 어려운 이 말을 삼성전자 해외 법인에 근무하는 외국인 직원들도 알아듣는다”고 소개한 적 있다.

삼성전자가 인텔을 제치고 1위에 오른 반도체 부문에서 초격차 전략에 나섰다. 시작은 인재 영입이다. 인텔·글로벌파운드리 등 세계적 반도체 기업에서 인재를 영입해 핵심 보직을 맡겼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에서 계종욱 상무(51)를 영입했다. 그는 파운드리사업부 핵심부서인 기술개발실 소속으로 디자인 인에이블먼트팀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서울대를 졸업한 계 상무는 글로벌파운드리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펠로우’ 출신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미국 인텔에서도 송병무 상무(44)를 영입했다. 서울대와 미국 코넬대를 졸업하고 인텔에서 경력을 쌓은 송 상무는 삼성전자 기술개발실에서 수율 매니지먼트 등의 업무를 맡았다. 송 상무는 반도체 소자 개발 전문가로 주요 파운드리 공정의 소자 성능 향상 등이 주 업무다. 삼성전자는 실력을 인정해 40대 중반이지만 임원 직급을 내줬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5월 사업부로 독립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영입”이라고 분석했다.

기존에 영입한 인재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특급 대우를 하고 있다. 파운드리 세계 1위 기업인 TSMC에서 3년간(2006~2009년) 근무하다 삼성전자에 합류한 일본인 유리 마쓰오카는 이번 임원 인사에서 ‘마스터’로 승진했다. 마스터는 기술 전문가를 임원급으로 대우하는 제도다.

이번 인사에서 최연소 사장이 된 강인엽(54) 시스템LSI 사업부장도 외부에서 합류했다. 강 사장은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 모뎀칩 원천기술을 보유한 퀄컴에서 13년간 CDMA, GSM(유럽의 이동통신 기술방식), GPS(위치정보시스템)용 모뎀 등 모든 3G와 4G 관련 칩 개발에 참여했다. 2010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모바일 통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독자개발을 진두지휘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인 조명현 고려대 교수는 “이건희 회장이 이른바 ‘메기론’으로 외부 인재 영입의 중요성을 강조한 게 1990년대 초반”이라며 “외부 인재를 영입해 조직에 긴장과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일은 삼성 성장전략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건희 회장은 활발하게 경영을 펼치던 시절 “나의 경영업무의 50% 이상을 핵심 인재 확보와 양성에 쏟겠다”(2002년 사장단 워크숍), “세계의 인재들이 막힘없이 상하좌우로 소통하면 삼성은 매 순간 새롭게 태어날 것”(2013년 신년사) 등 인재 영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외부에서 어떤 인재를 어떤 과정을 거쳐 영입했는지 공개하지 않는다”면서도 “글로벌 인재를 향한 삼성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분기에 분기 기준으로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1위’에 오른 삼성전자는 연간 기준으로도 1위에 오를 전망이다. 20일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부문에서 매출 656억 달러(71조9632억원)를 기록해 업계 1위를 예약했다. 인텔은 610억 달러(66조9597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인텔은 24년간 업계 1위를 지켜왔으나 분기 실적이 아닌 연간 매출에서도 삼성에 뒤지며 반도체 왕좌를 내줬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1993년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 매출이 31억 달러를 기록, 인텔(76억 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당시 순수 파운드리업체를 제외하고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도 인텔은 9.2%인데 비해 삼성전자는 3.8%였다. 올해 삼성전자는 점유율 15%, 인텔은 13.9%를 기록할 전망이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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