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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죽음 맞도록 도와준다|연세대, 호스피스 활동 전문봉사자 첫 배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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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암 등의 불치병으로 임종이 가까운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정신적인 위로와 함께 죽음에 대한 긍정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호스피스(hospice)활동이 우리나라에서도 본격화되게 됐다. 15일 연세대 의대 신촌 세브란스병원이 제1기 호스피스활동 전문봉사자 50명(남성=3명, 여성=44명, 간호사=3명)을 배출한 것.
이들은 작년9월1일부터 지난10일까지 총34시간(강의22시간·실습12시간)의 교육을 받은 1백30명의 지원자 중 최종관문을 통과한 봉사자들로 앞으로 서울시내 및 지방 등 자신의 거주 인근지역의 병원과 가정에서 호스피스 활동을 전개한다.
우리에겐 아직 생소하지만 미국·캐나다·유럽 등에서는 호스피스 활동이 이미 상당한 궤도에 올라있다.
국내의 호스피스 활동은 카톨릭의대부속 강남성모병원에서 수녀회를 중심으로 3년 전부터 내부적으로 소규모 활동이 있어 왔는데 이번을 계기로 경희대의대·영동세브란스병원 등에서도 자체조직을 구성,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스피스는 의료진의 진료와 가족들의 간병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불치병 환자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 해소 및 수용태세를 도와주고 고통도 나누어야 하기 때문에 우선 자신이 죽음과 질병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갖고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연세대는 의대와 간호대·원목실이 합동으로 교육과정을 만들어 지원자들에게 △임종·죽음에 대한 개념과 태도 △임종환자의 신체적·심리적·영적 상태 △환자 가족과의 커뮤니케이션 △유가족의 사후관리 등 강의와 함께 연세 암 센터에서 각종 임상실습도 했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환자를 설득하고 고통을 나누는 작업은 상상외로 어렵고, 또 환자의 돌발적인 태도변화 및 증세악화로 벽에 부딪치거나 갈등에 직면하기 일쑤.
이번에 배출된 호스피스 중 대표를 맡은 김옥나씨(여·70·한국 자원봉사회회장·(736)1928)는『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활동은 2인1조로 하고 매달 한번 씩 10명 그룹단위로 모여 자신의 경험과 성공 또는 실패사례 발표, 정보교환 등을 하는 한편 외국에서 전문교육을 방은 요원으로부터 수시 연수를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의 문제는 나날이 급증하는 불치병 환자에 대한 호스피스 봉사자들의 자원을 어떻게 늘리느냐는 것.
일 자체가 워낙 힘든데다 일체의 보수도 없고 자칫 환자나 가족들로부터 엉End한 비난을 받기가 십상이기 때문에 선뜻 권할 수도 없고 설령 자원해도 쉽게 포기하는 예가 외국에서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교육과정에서 만도 62%가 중도 탈락한 것이 어려움을 잘 말해준다.
연세대 간호대 이원희 교수는『이 때문에 호스피스는 우선 종교적으로 성숙해서 이타적인 자세를 갖고 끈기와 소명의식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배출된 호스피스의 특성을 보면 대개 신앙 인으로 자녀양육이 끝난 4O대 후반 여성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부모나 남편이 불치병으로 사망했거나 자신이 불치병에서 회생한 사람도 있다.
한편 호스피스위원회 위원장인 김병수 교수(암센터원장) 는『미국에서 인정되고 있는 가정호스피스 활동 때의 의료보험적용과 간호사 호스피스의 가정치료 때 야기될 법적 규제도 호스피스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개선돼야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윤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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