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머 코믹터치로 활노 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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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TV에 코믹 드라머 붐이 일고 있다. 지난해 6월의 정치적 격변과 뒤이은 대통령선거 열기 등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이 팽배해진 탓인지 무겁기만 했던 TV드라머의 주류가 올해부터 가벼운 코믹터치 물들로 대체되고 있는 것.
이 같은 현상은 M-TV가 신년 초 특집극으로 난센스 코미디물 『돈』을 내보낸 데 이어 새 주말 극『세 여인』, 미니시리즈『선생님 우리선생님』, 그리고「17밤 베스트셀러극장 『제3의사나이』등 소위 웃기는 드라머들을 잇따라 방영함으로써 두드러지게 나타나고있다.
이밖에 M-TV는 소시민들의 건강한 삶을 경쾌한 터치로 그려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한 지붕 세 가족』을 일요일 아침에 방영,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고있으며 K-TV도 주간 드라머로 직장인들의 애환과 해프닝을 그린『TV손자병법』을 방영하고 있어「코믹 드라머」가 TV의 새 장르로 형성되고 있는 추세.
외국의 경우 배우들이 『코믹 드라머에 출연하는 것이 꿈』(록·허드슨)이라고 할 정도로 대접받는 코믹물이 뒤늦게나마 국내 TV에서도 환영받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코미디에 대한 시청자들의 식상 감을 꼽을 수 있다. 『회장님…』 코너가 시사풍자로 코미디의 활노를 모색했지만 나머지 코미디의 대부분이 아직도 우스꽝스런 몸짓과 말초적 대사·과장된 연기로 일관, 코미디의 본령을 보여주지 않아 드라머가 이를 대신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얄팍한 웃음을 활용, 오락으로 TV를 보는 시청자들의 취향에 영합하려는 방송사측의 계산도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무겁고 진부한 멜러 드라머에 비해 잘 짜인 구성과 재치 있는 대사를 갖춘다면 TV의 코믹 드라머 붐은 일단 신선한 현상이라는 것이 시청자들의 반응. 예를 들면 M-TV의『한 지붕 세 가족』은 결코 과장됨이 없이 한집을 무대로 주인과 세 들어 사는 가족들을 통해 훈훈한 인정을 내용 있는 웃음 속에 전달, 장수프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현실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TV드라머의 출현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도 사회의 비리를 익살스럽게 묘사, 비관적 풍자정신을 갖춘 코믹 드라머들도 이제는 나올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것이 시청자들의 바람이다. <박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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