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사건 재정신청 1년 "낮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부천서 성고문사건의 문귀동 경장(41) 등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에 불복, 재수사를 요구하며 피해자인 권인숙양의 변호인단이 낸 재정 (재정)신청 사건이 재항고심인 대법원에서 1년2개월이 지나도록 처리되지 않자 변호인단이 조속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홍성우·조영래 변호사 등 변호인단 1백66명은 18일 대법원에 서한을 내고 서울고법의 항고심 결정문에 나타난 것과 같이 문경장 등의 성고문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1년2개월이 지나도록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은 재판의 공정성과 신속성이라는 양대 이념에 비추어 법 정신에 위배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야 법조계에서는 재정신청사건은 항고심의 경우 2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재항고심은 규정은 없지만 항고심 처리시한에 준해 신속처리토록 촉구했다.
◇변호인단 서한=변호인단은 조속처리를 촉구하는 서한에서 『법원이 피해자인 권양을 불러 피해상황을 신문하는 중 더 조사할 내용이 있어 처리를 미루는 것도 아니면서 아무 노력 없이 무제한 시간을 끄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또 형사소송법상 재정신청은 고등법원(항고심)에서 20일 이내에 결정토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대법원(재항고심)의 결정도 신속해야 하는 것이 법 정신을 살리는 길이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이밖에 대법원이 이 사건의 처리를 유보하고 있는 것은 사법권 독립의 장애요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성고문사건=주민등록 등 공문서 및 사문서를 변조, 위장취업했다는 이유로 부천경찰서에 연행돼 조사를 받던 권양은 86년6월6일과 7일 담당형사인 문경장으로부터 성고문을 당했다고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인천지검은 86년7월16일 『문형사가 권양의 가슴부위를 쥐어박는 등 폭행사실은 일부 인정되지만 성적모욕을 한 사실은 없었다』면서 우발적인 과오인데다 10년 이상 경찰에 봉직해왔고 이 사건으로 인해 이미 파면처분 받았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재정신청=권양과 변호인단은 이 같은 검찰의 결정에 불복, 문경장이 마땅히 재판에 회부되어야한다고 같은 해 9월1일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제3형사부 (재판장 이철환 부장판사)가 같은 해 10월31일 『문형사가 조사중 권양의 바지지퍼를 내리도록 했으며 상의를 모두 위로 올리고 가슴과 허리부위를 어루만지는 등 여성의 성적수치심을 자극한 사실은 인정되나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고 용서를 빌고 있으며 파면처분과 여론에 의한 지탄으로 형벌이상의 고통을 받은 점 등을 감안할 때 기소유예 처분한 검찰조치는 정당하다』고 기각결정을 내리자 변호인단은 『재판부가 인정한 추행사실만으로도 문경장을 마땅히 구속 기소해야 옳다』며 즉시 대법원에 재항고 했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