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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6자회담] "북한 체제유지 시간벌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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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베이징(北京) 회담은 북한의 시나리오대로 전개됐다. 대표단의 수준도 그렇고 그나마 가장 늦게 베이징에 도착한 사실로 미뤄 북한이 실제로 타협을 추구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북한의 협상가들에게 타협은 곧 패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상대가 타협적 자세를 보이면 계속 압박해 자신이 원하는 결과로 이끌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 지도부는 다른 나라들이 협상에 기꺼이 임한 것을, 그들이 타협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으로, 다시 말해 나약함을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이 기회를 체제안전보장 및 경제원조를 핵 프로그램 중지와 맞교환하는 기회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미국도 강경하게 응수했다. 우선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중지하고 그 다음 다른 것을 논의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그러자 북한은 '협상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자면서 체제 유지를 위한 시간 벌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 대통령이 당선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들과는 이미 1994년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이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 해결의 전망은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이 단일한 입장을 만들어 낼 것인가에 달려 있다.

그 핵심은 '압박과 인내'로 요약된다. '압박'은 북한에 대한 양보에 앞서 평양이 핵 개발을 중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인내'는 전세계가 북한이 협상테이블에 앉은 것을 기뻐하는 지금의 상황을 북한이 다른 국가들이 자신과 대화하기로 결정한 것에 기뻐하는 상황으로 서서히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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