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인공기 훼손 말리던 경찰 집단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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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보수단체가 29일 서울 광화문 앞 열린시민마당에서 개최한 '북한 기자 테러만행 규탄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인공기를 찢으려다 이를 제지하는 경찰관을 집단폭행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행사는 반핵반김국민대회 청년본부 등 30여개 보수단체 회원 4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4시부터 열렸으며 참석자들은 북한 기자들의 대구 시민단체 기자회견장 각목 난입사건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폭력사태는 오후 4시30분쯤 참가 단체 중 하나인 민주참여네티즌의 이준호(32)대표가 연단에서 연설을 하던 중 단상 아래에 있던 한 대회관계자가 李대표에게 대형 인공기를 던져 건네면서 일어났다.

그 순간 서울 종로경찰서 소속 金모(30)순경 등 사복경찰관 3명이 소화기를 뿌리며 단상 위에 올라가 인공기를 빼앗아 내려왔다. 이에 격분한 참석자들이 "빨갱이 죽여라"등의 고함을 치며 金순경을 10여분 동안 주먹과 발로 집단구타했다. 이들은 金순경 등이 사복차림이어서 경찰관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진압경찰 60여명을 투입해 金순경을 구출, 강북삼성병원으로 옮겼으며 金순경은 머리부분이 2.5㎝가량 찢어져 일곱바늘을 꿰맸다. 경찰은 현장에서 폭행에 가담한 자유수호국민운동 운영위원 洪모(67)씨를 연행해 폭력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사진채증을 통해 폭행가담자의 신원을 파악, 전원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이준호 대표는 "대구 유니버시아드 행사장에서 우리 시민들이 북한 기자에게 테러를 당한 데 항의하기 위해 인공기를 찢으려 했다"고 말했다.

집회에서 국민대회 신혜식 청년본부장은 "대구에서 북한 기자들이 기자회견장에 난입해 각목을 휘두른 사건은 치밀한 사전각본에 따른 명백한 테러행위"라며 "사건 주동자들을 입건해야 할 정부가 직무를 유기하는 데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날 행사장 주변에 3개 중대 3백60명의 병력과 사복체포조 20명을 배치했다.

김정하.김필규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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