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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괌 버리고 인천으로…미국 항공사 '일본패싱'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항공사들이 한국 '하늘'에 주목하고 있다. 인천 공항이 여객ㆍ물류허브공항으로서 인프라를 갖춘 데다, 중국으로의 접근성도 좋다는 점에서 아시아의 허브 공항으로서 경쟁력이 높다는 것이다.

(항공)인천공항 전경 사진제공=인천공항공사

(항공)인천공항 전경 사진제공=인천공항공사

대한항공과 미 델타항공은 미국 교통부(DOT)로부터 태평양 노선 ‘조인트 벤처’ 시행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 조인트 벤처란 두 개 이상의 항공사가 마치 한 회사처럼 특정 노선을 공동으로 영업, 운영하고 수익과 비용을 공유하는 것을 뜻한다. 일부 좌석과 탑승 수속 카운터, 마일리지 등을 공유하는 공동운항(코드셰어)보다 높은 최고 수준 협력 체계다.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면 노선 효율화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항공권 공동 판매와 마케팅 확대, 수하물 연결 등 서비스 일원화, 항공화물 협력 등 경쟁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현재 국토해양부의 승인 절차만 남은 상태다.

대한항공-델타항공 조인트벤처 설립, 한 회사처럼 노선·수익 배분 #델타·유나이티드, 나리타 경유 노선 버리고 직항 선택 #나리타·하네다에 직격탄…아시아 허브 공항 경쟁 심화 #제2여객터미널 인천공항 유리한 고지…베이징신공항 변수

델타항공은 일찌감치 노선 효율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우선 인천공항 제2 여객터미널이 문 열 즈음인 내년 1월 8일 일본 나리타-괌 노선을 폐지한다. 델타항공은 미국ㆍ일본인들의 괌 관광 수요와 미군 인력ㆍ물자의 운송 등을 위해 나리타-괌 노선을 하루 1~2회 운항해왔다. 내년 1월부터는 이를 없애고 자사 고객이 대한항공의 인천-괌 노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북한의 괌 미사일 타격 위협으로 일본 관광객이 줄어든 대신 한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이유도 있다.

또 미국 애틀랜타와 포틀랜드ㆍ미니애폴리스~일본 직항노선이 사라지고 무조건 인천을 경유해야 할 가능성도 높다. 이들 도시에서 일본 직항편을 운영하는 곳은 델타항공이 유일해서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18일(현지시각) 미국 애틀랜타에서 가진 A350 도입 기자회견에서 “대한항공의 거점인 인천공항은 80개 아시아 도시로 이어져 아태노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며 아시아 허브 공항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기자회견에 일본보다 4배 많은 국내 매체를 초청하는 등 공을 들였다. 델타항공은 2011년만 해도 나리타공항에 주 180편을 운항했으나, 현재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76편을 운항하고 있다.

특히 인천공항 제2 여객터미널의 경우 스카이팀 전용 터미널이라 델타항공으로서는 환승 등에도 유리하다. 일본의 대표적인 항공사인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는 각각 원월드ㆍ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이다.

미국 3위 항공사 유나이티드항공도 마찬가지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달 28일 나리타~인천을 마지막으로 나리타를 경유하는 아시아 노선을 모두 없앴다. 대신 인천과 베이징ㆍ상하이ㆍ방콕ㆍ홍콩ㆍ마닐라ㆍ싱가포르ㆍ타이베이 등 주요 도시에 직항한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중국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청두ㆍ시안 등 2선 도시로도 취항하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의 미국~중국 항공편은 주 90편으로 일본(70편)보다 많다. 더구나 미국 최대 항공사 아메리칸항공이 올 3월 중국 남방항공에 2억 달러(약 2200억원)를 출자했다. 직접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항공사들의 이런 일본 패싱은 아시아 허브 공항을 표방하던 일본 공항들에 적지 않은 위기감을 주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항공사의 전략적 선택에서 일본의 지위는 하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허브공항 나리타의 미래가 달린 제3 활주로 건설도 미뤄지고 있다”며 “이에 비해 인천공항은 제2 터미널 건설과 코드셰어(좌석 공유) 항공사 편의 제공 등 인프라를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올 1~9월 20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나리타공항의 환승객은 같은 기간 307만247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5년 연속 감소다.

하네다공항이 2010년 국제공항으로 재개장했지만, 아직 국제선 환승객은 나리타공항의 7%에 불과하다. 인천공항의 1~9월 환승객 수는 565만 명. 인적교류와 물류의 중심지로서 인천공항이 일본 공항들을 한발 앞서고 있는 셈이다.

한 외항사 관계자는 “관광객 유치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일본 정부는 외국계 항공사들에 경유지가 아닌, 종착지 전략을 벌여왔다”며 “인천공항이 허브공항의 지위가 강해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천공항도 아시아 허브공항 경쟁에서 방심할 수만은 없다. 중국의 베이징 신국제공항이 내년 완공돼서다. 연간 이용객이 인천공항의 2배에 가까운 700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베이징 신국제공항은 중국은 북미와 유럽ㆍ아시아를 잇는 허브 공항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소비자의 편의와 환승 수요 확대 등을 통해 인천공항을 명실상부한 동북아 핵심 허브공항으로 키울 것”이라며 “나아가 국내 항공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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