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북한의 제재 회피 활동을 모두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눈감아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엔 대북제재위 패널 역임한 #뉴콤 전 미 재무부 자문관 #"중국은 제재 결의의 문구는 물론 #결의의 정신도 지키지 않고 있다" #"북한 사치품 대부분 중국 통해 유입" #"중국은 자국 내 北 활동 알면서도 묵인, #중국이 나서면 더 많은 진전 있을 것"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로 활동했던 윌리엄 뉴콤 전 미 재무부 자문관은 17일 미국 관영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제재 결의의 문구는 물론 결의의 정신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뉴콤은 "북한 회사들은 중국 땅 곳곳에 퍼져 있다. 이 회사들은 다양한 제재 회피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중국은 자국을 지키는 데 있어 매우 유능한 나라다. (중국 내) 북한인들이 누구인지, 누구와 일을 하는지,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사치품이 제재를 피해 북한으로 유입되는 것도 중국 때문이라고 뉴콤은 주장했다. 지난 2006년 북한으로의 사치품 수출이 금지됐을 당시 결의를 통해 각 회원국이 사치품을 규정해 목록을 만들도록 했지만 중국 측은 아직도 사치품 목록을 만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뉴콤은 중국이 그럴 마음만 있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개인 승용차 등 고가의 물품이 북한으로 유입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콤은 "북한 공항을 가보면 대형 텔레비전들과 다른 여러 (고가) 물건들이 줄줄이 설치된 모습을 볼 수 있다"며 "대부분의 물건은 싱가포르에서 수입됐지만, 북한으로의 운송은 중국을 통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또 뉴콤은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 있는 각종 장비 역시 관련 물품의 대북 수출을 금지하고 있는 캐나다의 제품이지만 중국 도매업자를 거쳐 북한으로 유입됐다고 덧붙였다.
그 밖에도 중국은 다양한 형태로 북한의 제재 회피 수법을 묵인하고 있다고 뉴콤은 설명했다. 뉴콤에 따르면 중국은 대형 트럭이 이동식 발사차량으로 개조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북한으로의 유입을 승인했으며 중국 내 북한 기업들이 중국 은행을 이용해 북한에 돈을 옮기는 것 역시 내버려 두고 있다. 뉴콤은 "중국이 더 강한 조치에 합의했고 이전보다 단속을 강화했다는 건 동의하지만 중국이 원했다면 더 많은 진전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콤은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로 평가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371호와 2375호로도 북한의 불법 활동을 막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뉴콤은 "현시점에서 북한이 무기 실험이나 개발에 필요한 원료나 재료를 얻지 못 하게 할 방법은 없다"며 "각국이 자체적으로 세컨더리 보이콧을 통해 유엔 제재를 이행하지 않는 개인이나 국가, 회사를 제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콤은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뉴콤은 "개성공단 제재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같다"며 "미 의회도 협조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뉴콤은 지난 15일 통일부가 북한의 500mL짜리 ‘금강산 샘물’ 4만6000병, ‘강서 약수’ 20병의 반입을 허용해 달라는 단군민족평화통일협의회(단통협)의 신청을 승인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서도 "이런 거래를 하는 게 현명한지 모르겠다. 지금 모든 제재가 북한의 외화 수입을 줄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