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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보조금 2배로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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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구지하철 2호선(다사~고산.29㎞)은 지난해 10월 개통했다. 총공사비는 2조3299억원이 들었다. 하지만 1996년 착공 당시 발표된 예상 사업비는 5608억원이었다. 무려 4.1배로 늘어난 것이다. 중앙정부는 이 사업에 국민 세금으로 1조1327억원을 지원했다. 당초 주기로 한 국고지원금 1682억원의 6.7배나 되는 액수다.

99년 6월 개통한 부산지하철 2호선(호포~서면.22.4㎞)은 총사업비가 2조4937억원이었다. 90년 부산시가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할 때의 사업비는 실제 사업비의 절반도 안 되는 9850억원이었다. 이로 인해 정부가 지원한 액수도 당초 2955억원에서 9891억원으로 3.3배로 뛰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지하철 사업비가 널뛰기를 하고 있다. 적은 액수로 공사를 마칠 수 있다고 발표만 해놓고 실제 공사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다. 일단 공사를 시작한 다음에는 부족액을 정부로부터 받아내는 나쁜 관행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 1.2.3호선과 대구 1.2호선, 인천.광주.대전 지하철은 지자체들이 사업계획 승인 때 제시한 사업비는 8조9608억원이었다. 그러나 2003년 말 현재 총 15조1289억원으로 1.7배로 늘어났다. 이들 지자체는 당초 사업계획에서 국고지원금으로 3조236억원(33.7%)을 받고 나머지 재원은 지자체 부담금(2조 2525억원)과 채권 발행 및 융자(3조6928억원)로 조달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2003년 말 현재 국고지원금은 2배 이상인 6조3040억원이 됐다. 전체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41.7%로 늘어났다.

2004년 운행을 시작한 광주지하철 1호선의 경우 국고지원금이 3425억원에서 8273억원으로 2.4배로 늘었지만 지자체가 부담하는 액수는 3425억원에서 2418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정치논리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정부는 98년부터 사업비가 500억원을 넘으면 기획예산처 주관으로 예비 타당성조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사는 교통수요 예측을 중심으로 한 것이어서 재원조달계획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

한국교통연구원 오재학 박사는 "물가 상승 등도 있지만 지자체가 계획을 허술하게 세워놓고 정부 지원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산업대 김시곤 교수는 "예산 낭비와 비효율을 줄이기 위한 철저한 사전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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