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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추기경탄생] 평양 대교구장 겸임…대북 선교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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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2일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추기경으로 임명받은 정진석 서울대교구 대주교(왼쪽)와 김수환 추기경이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을 맞잡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안성식 기자

추기경(樞機卿.Cardinal)은 천주교에서 교황 다음의 권위와 명예가 있는 자리다. 일반적으로 교회의 중추라는 의미로 사용되며, '돌쩌귀'를 뜻하는 라틴어 '카르도(cardo)'에서 유래했다. 흔히 교황이 황제라면 추기경은 '교황청의 원로의원'으로 비유된다.

추기경을 이해하려면 천주교회의 제도적 질서를 알아야 한다. 가톨릭 교회에서 성직자는 크게 주교.사제(신부).부제 세 계층으로 구성돼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명칭은 세 계층을 세분한 이름들이다. 주교 가운데 가장 높은 성직자가 교황, 교황을 선출하고 보좌하는 두 번째 높은 자리가 추기경, 그 다음으로 큰 교구를 담당하는 세 번째 높은 자리가 대주교, 나머지는 주교들이다. 사제들은 흔히 신부로 불리며, 특별히 교황이 임명한 덕망 높은 사제들은 몬시뇰이라 부른다. 엄격한 조직과 계율을 강조하는 천주교에서는 이상과 같은 직책이 엄격한 상하관계를 이룬다.

추기경의 기본적 소임은 최고 수장인 교황을 보좌하는 일이다. 교황은 필요한 분야에 추기경을 '스태프'로 사용할 수 있다. 천주교 교회법전에는 '추기경은 교회의 최고 목자(교황)를 보필하며, 교황에게 성실히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래서 추기경을 임명하는 권한은 교황에게 있다. 추기경은 교황이 집무하는 로마 교황청의 각 성성(聖省.행정부의 부처에 해당), 관청의 장관, 교구별 수장 등 요직을 맡는다. 모든 추기경은 바티칸에 상주하지 않더라도 바티칸시국의 시민권을 갖는다.

추기경의 권한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교황 선출권이다. 교황이 사망하면 사후 15일 이내에 전 세계 추기경들이 로마의 교황청에 있는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새 교황을 뽑는다. 교황 선출 과정은 엄격히 비밀에 부쳐져 있다. 그래서 교황 선출 회의는 '문을 걸어 잠근다'는 의미의 이탈리아어인 '콘클라베'라고 부른다. 모든 추기경이 선출권을 가진 것은 아니다. 1971년 교황 바오로 6세 때 추기경의 소임에 연령 제한을 도입, 80세 이상의 추기경들은 교황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갖지 못하게 했다.

이론적으로 추기경은 주교의 하나다. 하지만 실질적인 역할이나 비중이 다른 만큼 복장이나 의전 등 대우도 달라진다. 추기경으로 승격하면 보통 바티칸시국이나 해당국에서 '귀빈급'의 의전 대우를 받는다. 추기경이 되면 일단 수단(신부들이 평소에 입는 겉옷)의 색깔이 달라진다. 천주교에선 교황은 흰색, 추기경은 빨간색, 주교는 진홍색, 일반 사제는 검은색(혹은 흰색) 수단을 입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교들이 자신의 신앙과 철학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문장(紋章)의 모양도 추기경이 되면 바뀐다.

◆ 전 세계 추기경 193명으로 늘어=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이번에 15명의 추기경을 임명했다. 전 세계 추기경이 지금까지 178명에서 193명이 됐다. 이번 임명에서 눈길을 끄는 신임 추기경은 지난해 서거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비서인 폴란드의 스타니슬라브 지위즈 대주교와 홍콩의 조셉 젠 주교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전임자에 대한 예의를 갖춘 셈이다. 전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현 교황에게 주요 교황청 직책(교리성 담당 추기경)을 맡기는 등 확실한 신임을 보였다. 홍콩 주교의 추기경 임명은 중국에 대한 선교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주목된다. 종교에 대한 정부의 견제가 심한 중국에 대한 간접적인 압력행사라 할 수 있다.

글=박정호 기자 <jhlogos@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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