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지진보다 조기경보 7초 앞당겨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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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포항 지진 당시 관측된 지진파, 약한 P파가 지나간 다음 S파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자료 기상청]

15일 포항 지진 당시 관측된 지진파, 약한 P파가 지나간 다음 S파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자료 기상청]

15일 발생한 경북 포항의 지진 때 발령한 조기 발령 시간이 지난해 경주 지진 때보다는 7초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서울과 대전 등지에서는 강한 지진파가 도달하기 전에 대피도 가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2시 29분 31초에 지진이 발생한 직후인 오후 2시 29분 34초쯤 인근 포항 관측소에서 처음으로 지진을 관측했다고 밝혔다.
또 지진 관측 19초 만인 오후 2시 29분 53초쯤 조기경보를 발표했다.
지난해 경주 지진 당시에는 지진 관측 26초 후에 조기경보를 발표했는데, 이번 경보는 지난해보다는 7초가량 앞당겨진 셈이다.
기상청 이미선 지진화산센터장은 "지난 7월 지진 조기경보 발령 시스템을 개선하면서 조기경보 발령 시간을 앞당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15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이미선 기상청 지진화상센터장이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상청에서 지진발생 현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15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이미선 기상청 지진화상센터장이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상청에서 지진발생 현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후 긴급 재난 문자 송출은 경보 발령 4초 후인 오후 2시 29분 57초에 이뤄졌다.
결국 지진 관측 후 19초 만에 조기경보를, 23초 만에 재난 문자가 발송된 셈이다.
또 지진 발생 기준으로는 22초 만에 조기경보가, 26초 만에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서울·대전 지역 S파 도달 전 문자 받아 #"100㎞ 이상 떨어진 곳 대피 가능해" #

기상청은 올해 지진 조기 경보를 지진 관측 후 15∼25초 안에 발령하도록 단축했는데, 일단 25초 내에는 경보를 발령하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재난문자가 시민들에게 전달돼야 하는 점이다.

재난문자가 이동통신사를 거쳐 시민들에게 도달하는 데 다시 2~3초 더 걸린다.
또 통신사나 스마트폰에 따라 다시 문자가 도달하는 데 몇 초 정도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결국 이날 시민들에게 재난문자가 도착하는 데에는 지진 발생 후 30초 남짓 걸린 셈이다.

포항지진 발생 위치, 지도에서 붉은점으로 표시된 지점이다. [지료 기상청]

포항지진 발생 위치, 지도에서 붉은점으로 표시된 지점이다. [지료 기상청]

한편, 이번 지전 조기경보 개선으로 포항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는 재난문자를 확인하고 대피할 수도 있음이 확인됐다.
지진파 중에서 파괴력이 강한 S파가 도달하기 전에 파괴력이 약한 P파를 활용해서 조기경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S파의 이동 속도가 보통 초당 3~4㎞ 정도, P파는 초당 6~8㎞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S파의 이동 속도를 3.5㎞라고 했을 때, 서울과 포항의 직선거리 270㎞를 적용하면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의 S파가 서울까지 도달하는 데는 77초가 걸린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지진 발생 후 30초 만에 재난문자를 받았다면, 47초가량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던 셈이다.
포항에서 180㎞ 떨어진 대전 지역의 경우도 S파가 도달하는 데 50초가량 걸리기 때문에, 20초가량 대피 시간이 있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5초 정도의 시간이 있으면 책상 아래 등 근거리 대피가 가능하고, 10초 이상의 여유가 있으면 건물 밖 대피도 가능하다.
기상청 우남철 지진전문분석관은 "지진 발생지점에서 100㎞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는 S파가 도달하기 전에 재난문자를 받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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