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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노부부 '극단적 선택'한 안타까운 사연

중앙일보

입력

경찰 "시신서 살충제 검출"…야산서 숨진 장애인 부부 '음독자살' 결론
아들 사망 후 은둔생활…궁핍한 처지·건강악화 되자 목숨 끊어   

[사진 옥천경찰서 페이스북]

[사진 옥천경찰서 페이스북]

지난달 23일 충북 옥천의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청각장애 5급인 A(74)씨와 지적장애 3급인 B(57)씨 부부는 음독자살한 것으로 최종 결론 났다.

두 사람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옥천경찰서에 이들의 체내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는 감정 결과를 최근 통보했다. 시신 옆에서 발견된 음료수병에서도 같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이들이 신병 등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짓고,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 부부는 지난달 20일 나란히 집을 나서는 모습이 이웃 주민에게 목격된 뒤 사흘 만에 야산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부부는 거주지 뒷산 잔디 위에 나란히 누워 잠이 든 듯한 모습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장에는 이들이 먹다 남긴 것으로 보이는 음료수병만이 있었다.

슬하에 1남 3녀를 둔 부부는 딸 셋을 모두 출가시킨 뒤 건강이 좋지 않은 아들을 돌보며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2년 전 아들이 세상을 떠나자 이웃과 왕래를 끊다시피 하면서 은둔생활 해왔다. 불편한 몸으로 생활했던 부부는 그럼에도 아들의 유골이 묻힌 거주지 뒷산을 수시로 오가며 그리움을 달랬다고 한다.

이들이 숨을 거둔 곳 역시 아들의 유골을 수목장한 곳에서 100m 남짓 떨어진 곳이다. 경찰은 "부부가 오래전 이 산에 아들 유골을 수목장한 뒤 가끔 찾던 곳"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아들을 여읜 부부가 그리움에 괴로워하던 중 자신들의 건강까지 나빠지자 신변을 비관해 아들이 잠든 곳을 찾아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령에 장애까지 겹쳐 일할 수 없던 부부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과 장애수당을 합쳐 25만원 남짓한 정부 지원금을 받아 어렵게 생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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