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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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7호 19면

Devil’s Advocate

지난 7일 서울시가 카풀(승차공유) 스타트업 풀러스를 경찰에 고발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어기고 카풀 서비스를 24시간으로 확대했다는 게 이유다. 서울시는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곤 불법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세버스를 이용한 공유경제 서비스로 주목받은 콜버스랩은 최근 사업 방향을 틀었다. 정부가 택시회사의 대형 택시만 이용하도록 제한하면서 수익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재는 전세버스 예약 업무만 한다. 이를 두고 스타트업 업계에선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애플은 없었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미국 등 선진국은 신사업이 등장하면 자유롭게 허용한 뒤 문제가 생기면 사후 규제하지만 한국은 법 조항만 벗어나면 불법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자칫 신생 기업이 열매를 맺기도 전에 규제에 발이 묶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 신사업을 키울 수 있도록 사전 허용·사후 규제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으니 기대해 봐야겠다.

[Devil’s Advocate] 악마의 대변인. 가톨릭에서 성인으로 추대하려는 인물의 행적과 품성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내는 역할을 맡은 사람을 말한다. 논리학이나 정치학에서는 논의의 활성화와 집단사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부러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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