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결혼생활도 ‘더치페이’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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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6년 양성평등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부 10쌍 중 2쌍이 '더치페이' 부부다. [중앙포토]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6년 양성평등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부 10쌍 중 2쌍이 '더치페이' 부부다. [중앙포토]

결혼 준비에 드는 비용부터 생활비까지 각자의 돈은 각자가 관리하는 ‘더치페이 부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16년 양성평등 실태조사’에서 전국의 부부 4884쌍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부부 10쌍 중 2쌍(18.2%)이 각자의 수입 중 일부를 합하고 나머지는 각자 관리하거나, 아예 수입을 각자 관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생활비와 대출, 저축을 위한 돈은 모으지만, 월급에서 이를 뺀 나머지는 배우자가 관여하지 않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각자 돈을 관리하는 비중이 더 높았다. 맞벌이 2385쌍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평균 10쌍 중 3쌍(31.6%)이 각자의 수입 중 일부를 합하고, 나머지는 각자 관리하거나, 아예 수입을 각자 관리하고 있었다.

달라진 연애 풍토가 더치페이 부부 증가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성가족부가 전국 남녀 73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3.9%가 데이트 비용을 ‘남녀 균등하게 부담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예단 비용을 균등하게 부담해야 한다’(85.5%), ‘가구·가전제품 등 혼수를 균등하게 부담해야 한다’(73.1%), ‘주택 마련 비용을 균등하게 부담해야 한다’(69.2%)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결혼 비용을 남녀가 같이 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임영진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애 때부터 경제적으로 서로 의지하지 않았던 습관이 결혼 생활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라며 “더치페이 부부 트렌드 뒤에는 각자 주머니를 따로 마련하는 게 경제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도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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