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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4차 산업혁명 싹부터 자르는 서울시 카풀앱 제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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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울시가 지난 7일 카풀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풀러스’를 경찰에 고발하면서 벤처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카풀 동승자를 구해 주는 풀러스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어기고 운영시간을 출퇴근시간에서 낮시간으로 확대하자 서울시가 “24시간 운영은 불법”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풀러스는 지난해 5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75만 대가 카풀 차량으로 등록했고, 누적 이용고객도 370만 명에 달한다.

이런 충돌은 오래 전부터 예견된 결과다. 낡은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이 발의됐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재벌에 혜택이 돌아간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신기술에 제동이 걸리고 국민 불편까지 가중되고 있다. 심야에 택시 잡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된 지 오래다. 앞서 콜버스도 이런 수요 때문에 나왔던 차량 공유 서비스였다. 심야에 남아 도는 전세버스를 활용해 목적지가 같은 승객을 태워 주는 서비스였는데 우버처럼 불법이라는 이유로 제동이 걸렸다. 원격진료와 유전자가위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4차 산업혁명의 싹조차 틔우지 못하는 나라가 됐다.

서울시는 택시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고개를 들어 세계를 보라. 중국산 드론이 지구촌을 뒤덮고, 미국에선 구글의 자율주행 택시가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규제가 신산업과 창업의 발목을 잡는 사이 한국은 4차 산업혁명의 외딴섬으로 전락하면서 일자리 창출 기회도 놓치고 있다. 중국 드론업체 DJI는 지난 10년간 평균 연령 27세 청년 8000명을 고용했지만 우리 정부는 이제야 드론 야간비행과 장거리 택배수송을 허용하는 단계에 와 있다. 문 정부는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까지 신설한 만큼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 국가 경쟁력 약화를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