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창수, 유럽투어 우승컵 들고 귀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위창수가 스윙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프로골퍼 위창수(34.미국 이름 찰리 위)는 방랑자다. 국내 투어는 물론 PGA 투어, 일본 투어, 아시아 투어, 유럽 투어, 호주 투어, 남아공 투어까지 다녔다. 올해도 그의 방랑은 계속될 것이다. 19일 유럽 투어(EPGA)인 말레이시아 오픈에서 우승했기 때문이다. 우승상금 17만4000유로(약 2억원)는 방랑자 위창수가 한 번에 가장 많이 벌어들인 상금이다.

20일 금의환향한 위창수를 만났다. 위창수는 인터뷰를 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왔다고 했다. 차가 막힐까봐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소탈한 면모가 두드러진다.

"사실 우승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날 퍼트 감각이 무척 좋았어요. 5번 홀 이글 퍼트를 성공시킨 뒤 상승세를 탔고, 17번 홀에선 공이 워터해저드에 빠진 줄 알았는데 바위를 맞고 러프에 들어갔습니다. 운도 좋았죠."

위창수는 "올해엔 PGA 2부 투어와 국내 투어에 전념할 예정이었는데 뜻밖에 유럽 투어에서 우승해 또 전 세계를 누비게 됐다. 무척 바쁜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PGA 투어에서 부진한 이유를 물었더니 얼굴이 굳어진다. "PGA 투어는 신인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베테랑들은 코스 곳곳을 꿰뚫고 있는데 신인들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해엔 1, 2라운드 성적은 좋았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샷이 나빠졌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스티브 엘킹턴의 조언을 듣고 코치를 바꿨는데 성적이 차차 나아졌다. 내년에 PGA 투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쇼트게임이 좋다'고 했더니 "연습할 때 거리별로 어떻게 스윙을 해야 할지 메모해 놓는다. 경기 중에도 노트를 꺼내들고 거리 확인을 한 뒤 공식대로 스윙을 하는 편"이라고 대답했다.

위창수는 "골프 천재소녀 미셸 위와 지난해 존디어 클래식에서 만났다"며 "같은 성씨인 줄 알았는데 한자가 다르더라. 미셸 위는 실력이 무척 뛰어나다. 그래도 나보다는 못하겠지만…"이라며 웃었다.

'PGA 투어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결혼시키지 않겠다고 아버지가 말했다는데'라고 하자 위창수는 펄쩍 뛰며 "아니다. PGA 투어에서 우승 못할 수도 있는데. 나는 결혼하고 싶다. 좋은 사람 있으면 결혼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